[서울광장] 교육, 침묵하는 다수의 딜레마/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육, 침묵하는 다수의 딜레마/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0-07-15 00:00
업데이트 2010-07-1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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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일 전국에서 치러진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는 미응시자의 수치만 보면 일단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의 패배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학부모와 학생이 응시 여부를 선택하게 한 결정과 학교별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지시는 별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엄연히 미응시자가 생겼고 이들의 처리를 둘러싼 진보 교육감들의 입장과 교육부의 방침이 엇갈려 일선학교에선 혼란을 면치 못할 판이다. 특히 진보 교육감들이 포진한 시·도교육청의 미응시율이 높았다는 점은 향후 교육정책의 충돌이 잇따를 것임을 넉넉히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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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논설위원
김성호 논설위원
이번 일제고사는 6·2지방선거에서 약진한 진보 교육감들의 행보가 현실의 국가정책에 미칠 영향 측면에서 관심이 컸다. 얼핏 봐선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의 행보에 첫 제동이 걸린 듯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교원평가며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무상급식과 같은 첨예한 사안들이 도사리고 있다. 16개 시·도에서 포진한 진보 교육감은 불과 6명이지만 이들 휘하에 든 초·중·고생은 서울·경기 42.2%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57%에 달한다. 이들의 결정과 행보가 얼마만큼 큰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정책이 경쟁과 평가에 초점을 맞춘다고 할 때 진보 교육감들의 입장과 지향점은 정반대에 있다. 학교·교사의 서열화와 줄세우기, 인권 침해의 현상을 걷어내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혁신의 공약, 날 선 구호,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교육부 사이엔 대결의 전운이 감돈다. 여기에 전교조와 전교조의 교육이념에 공감하는 학부모, 심지어 학생단체까지 정부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형국이다. 우리 교육계가 이처럼 혼란과 갈등을 겪었던 적이 있었을까. 혼돈의 교육이다.

지금 우리 교육계의 혼돈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들자면 단연 역발상과 역주행이 꼽힐 것이다. 진보교육감의 포진 이후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의 반전이다. 혹자는 이를 놓고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교육계의 충돌을 주도하는 진보의 역발상엔 위험성이 적지 않다. 현실의 모순을 뒤집어 발전을 이루자는 미래지향의 실질적 대안 부재가 큰 문제다. 세상과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역발상의 전회는 먼 후대의 평가로 성패가 나뉘곤 한다. 하루아침에 천지개벽의 반전과 변화를 이룬 예는 드물다. 우주 천체의 이동설을 뒤집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만 해도 뉴턴의 만유인력으로 확고해질 때까지 숱한 논란과 부작용을 몰고오지 않았는가.

이제 숨을 고르고 가자. 현실을 보지 않는 고집과 협의를 무시한 일방의 독주는 파국을 부를 게 뻔하다. 굳이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라는 외침을 들지 않더라도 법과 원칙의 중시는 교육의 큰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그리 말하지 않았다고 많은 사가들이 평가하지만 적어도 질서의 유지와 법적 결정의 존중을 강조한 소크라테스의 원칙은 부인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다.

침묵하는 다수를 두려워하고 섬겨야 한다. 더구나 교육자치의 큰 가치를 솔선해야 할 수장들이라면 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성향 시·도 교육감 6명은 평균 30%대의, 높지 않은 지지를 받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30%의 득표율은 현 교육정책에 불만을 품거나 개선의 바람을 담은 표심의 결집일 수 있다. 4년 뒤 교육 수요자들이 대안 교육을 표방한 진보 정책과 지금까지의 보수정책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의 마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표를 주지 않은 70%의 침묵의 의미를 더욱 겸허하게 헤아려야 한다.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자는 학생 중심의 교육을 말하자면 진보나 보수의 선긋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 우리 교육계는 공허한 실험을 감내할 만큼 여유롭지도 한가하지도 않다. 침묵하는 다수의 고통과 인내를 통렬하게 살펴가야 한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그 흔한 소통과 협의가 왜 교육계엔 없는가. 먼저 일제고사 거부 파동의 후유증부터 없애는 게 어떨지.

kimus@seoul.co.kr
2010-07-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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