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술비(酒雨)/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술비(酒雨)/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1-22 00:00
업데이트 2013-01-22 00:2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전통사회의 농촌에서는 ‘봄비는 일비요, 겨울비는 술비’라고 했다. 겨울은 어차피 농한기라 일거리가 많지 않았겠지만, 비를 핑계로 쉬면서 막걸리 한잔 더 먹어보자는 심산에서 만들어낸 속담이었을 것이다. 나아가 요즘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비가 내리면 전집이 성시를 이룬다. 부침개에는 막걸리가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종종 들르는 전집 주인은 비 오는 날은 손님이 너무 많으니 되도록 오지 말라고 당부할 지경이다.

대중가요 속 겨울비는 이별이다. 로커 김종서는 “우울한 하늘과 구름 1월의 이별노래”라는 ‘겨울비’에서 “사랑의 행복한 순간들 이제 다시 오질 않는가”라고 절규한다. 싱어송라이터 임현정도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에서 “이별은 겨울비처럼 두 눈을 적시고,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내게 남기고…”라며 “나와 상관없는 행복을 꿈꾸는 너”를 절절하게 원망한다.

오랜만에 겨울비가 내린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에서 이별의 눈물을 떠올리면 신세대, 주기(酒氣)가 발동하면 ‘쉰세대’가 아닌가. 아, 나는 쉰세대가 분명하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01-22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