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손맛/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손맛/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2-12 00:00
업데이트 2013-02-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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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칼국수집에 다녀왔다. 감자를 썰어 넣은 멸치국물과 면발의 조화가 예술이었다. 가깝지 않은 거리였지만 회사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점심이 맛있는 날은 오후가 즐겁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의 특권일 것이다.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칼국수 면발은 지나치게 반듯하게 썰지 않아야 더 맛있는 것 같다. 기계에서 바로 나온 듯 일정하기보다 굵기와 너비가 조금씩 차이 나는 면발에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익산 미륵사터에서는 손맛과 기계맛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동탑은 백제시대 9층 석탑을 1993년 복원한 것이다. 기계로 돌을 깎았는데 국수로 치면 동네 슈퍼에서 파는 마른 칼국수 같다고 해야 할까. 6층까지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서쪽에 백제 돌장이의 손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쌍둥이탑이 있어 더욱 대비가 된다. 2001년 시작된 이 서탑의 해체조립 공사가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4년 말에야 마무리될 것이라고 한다. 정교함에 그치지 않고 예술가의 체온마저 머금은 서탑의 질감이 다시 드러나면 동탑은 더욱 초라해질 것 같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02-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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