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낙불가극(樂不可極)/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낙불가극(樂不可極)/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3-03-18 00:00
수정 2013-03-1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며칠 전 책장을 정리하던 중 빛바랜 노란 메모지가 툭 떨어졌다. ‘낙불가극’(樂不可極). 오래전 한 공직자가 장난기로 적어 건넨 것으로, 자료 꾸러미에 넣고선 잊고 있었다. 즐거움을 너무 누리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 고전 예기(禮記)의 ‘오불가장(傲不可長) 욕불가종(欲不可從) 지불가만(志不可滿) 낙불가극(樂不可極)’에서 따온 것이다.

우리는 하찮은 ‘곳’과 ‘것’에서 가끔 의미 있는 큰 발견을 한다. ‘낙불가극’도 비슷했다. 그와 알고 지낸 일상들이 사다리 타기처럼 이어졌다. 하잘 것 없고 작은 것도 추억을 반추하는 힘은 더 센 것 아닌가.

많은 것이 어기대는 요즘, 고사성어의 성수기다. 글쟁이들이 고사성어를 자주 인용하면 나라가 태평스럽지 않다고 하는데···.

새 정부의 고위 공직자 임명 작업이 한창이다. ‘낙불가극’은 당나라 대신 위징이 창업 공신들의 기강해이를 우려해 태종에게 상소한 내용에도 들어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1년 후 어떤 사자성어로 짚어질지 궁금해진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3-18 30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11월 5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미국 국민은 물론 전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여론조사 격차는 불과 1~2%p에 불과한 박빙 양상인데요. 당신이 예측하는 당선자는?
카멀라 해리스
도널드 트럼프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