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면회/안미현 논설위원

[길섶에서] 면회/안미현 논설위원

입력 2013-05-30 00:00
업데이트 2013-05-30 00:1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얼마 전 휴가를 내고 서울구치소에 다녀왔다. 지인이 그곳에 갇힌 지 벌써 1년이다. 그곳의 대화 수단은 ‘숫자’다. 전광판의 수감자 이름도, 벽에 붙은 출정(出廷) 대기자 명단도, 배정받은 면회실도, 모든 게 숫자로만 이뤄졌다. 면회 신청서에 내 이름 석 자와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냈지만 이름은 사라지고 주민번호만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무거웠던 마음이 더 가라앉았다.

면회실 문이 열렸다. 걱정했던 것보다 밝은 지인의 모습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애써 농담을 던지다가도 아직도 분한 마음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며 정색하던 그는 그래도 한 가지 얻은 게 있다고 했다. 젊은 나이에 사업에 뛰어들어 세파를 겪을 만큼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곳에 들어앉아 있어 보니 믿었던 사람의 배신이 또 나오더라는 것이다. “덕분에 인간관계가 리셋됐다”며 네 자리 번호의 그는 웃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크든 작든 인간관계가 ‘재설정’되는 모양이다.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그 또한 내가 살아온 삶의 또 다른 얼굴일 테니 말이다.

안미현 논설위원 hyun@seoul.co.kr

2013-05-30 3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