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절필/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절필/박현갑 논설위원

입력 2013-07-31 00:00
업데이트 2013-07-31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초등학교 때다. 어버이날 등굣길에 장례행렬을 봤다. 내 또래 아이가 어머니 영정사진을 들고 있었다.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는 날, 영정사진을 안고 있는 모습은 그날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날의 단상을 일기로 남겼다. 부모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뒤, 담임 선생님은 칭찬 글을 남겼다. 이웃의 불행이 내 성장의 자양분이 된 셈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인 217명이 절필 선언을 했다. 최근 표현의 자유가 무시되는 현실에 항의한다며 절필을 선언한 안도현 시인을 기소한 검찰의 공권력 남용을 비판하는 행동이다. 안 시인은 지난 연말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소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트위터에 제기했다. 이후 검찰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하면서 절필을 선언했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절필은 아쉽다. 뚱딴지 같은 소리가 난무하는 세상일수록 작가의 펜은 더 빛을 발해야 하지 않나. 초등학생 시절, 일기를 쓰던 심정으로 나라도 써야겠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2013-07-31 26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