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간절한 마음/황수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간절한 마음/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5-07-22 23:48
업데이트 2015-07-2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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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김기창의 그림 ‘군작’(群雀) 앞에 한참 붙들려 섰다. 화폭 밖으로 와르르 밀려나오는 참새떼의 날갯짓 소리. 참새 수백 마리가 작고 단단한 몸통을 비벼 빳빳한 역동의 음향을 쏟아 낸다. 무방비로 낚이는 청각. 무슨 조화가 부려졌을까 답을 찾아본다. 어려서 청력을 잃어 평생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화가다. 듣고 싶은 마음, 얼마나 간절했을까. 간절함이 깊어 붓끝에 소리를 낚는 촉수를 달았을 것이다. 화폭 너머로 소리가 비어져 나오는 운보의 그림이 그러고 보니 많다.

삶의 무게를 들어 올려 주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는 언제나 간절함이다. 차가운 조각상을 마음을 다해 사랑했더니 어느 날 숨쉬는 여인으로 변했다는 피그말리온 이야기. 까마득한 신화에서부터 웅변된 족보 깊은 삶의 진실.

3포, 5포, 7포 세대로 진화하며 자조하는 청춘들이 아깝다. 시작도 해 보기 전에 마음을 비운다는 달관 세대는 더 아깝다. 발버둥쳐도 별 수 없으니 빈둥빈둥 당당히 노는 방법을 찾겠다는 니트족은 서글프다. 간절히 뜨거워 볼 수 없었던 마음들이다. 마음 비우기(放下心)의 법어는 법문집에만 가둬 놓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2015-07-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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