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짝짝이 장갑/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길섶에서] 짝짝이 장갑/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2-25 18:06
업데이트 2016-02-2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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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을 땐 그다지 긴요함을 모르다가 없어지면 아쉬워지는 것들이 많다. 특히 장갑 한 짝을 잃어 버리면 참 난감하다. 가죽 장갑의 한 짝을 얼마 전 길에서 잃어버렸다. 들렀던 카페, 지나온 길을 몇 번씩 오가며 훑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누구는 그깟 물건 하나 잃어버리고 뭘 그리도 서운해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참 그랬다. 손에 딱 맞게 길들여 놓고 겨울이면 꺼내 쓰기가 벌써 10여년째였으니 말이다. 홀로 남은 한 짝에게 괜스레 미안했다.

할 수 없이 잘 안 쓰던 모직 장갑을 끼고 다녔는데 며칠 전 그것마저도 한 짝을 잃어버렸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고, 사진을 찍고 하느라 장갑 벗을 일이 잦다 보니 전보다 장갑을 잘 흘리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친구에게 하소연했더니 “남은 것들을 짝 맞춰 끼면 되겠네”라고 한다. 다행히도 오른쪽, 왼쪽이 한 짝씩 남았던 터라 양손에 끼어 봤다. 짝짝이지만 은근히 잘 어울린다. 가죽과 모직의 조화도 맘에 들고 왼쪽 가죽 장갑은 핸들이 미끄러지지 않아 운전할 때 좋다. 발상의 전환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한 짝만 남아서 쓸모없게 됐다고 그냥 버렸으면 참 후회할 뻔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6-02-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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