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감자/박홍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감자/박홍기 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6-06-19 21:30
업데이트 2016-06-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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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알이 제법 굵다. 작년엔 가물었던 탓에 작황이 좋지 않았다. 올해엔 비도 적당했다. 어른들이 앞서서 감자 줄기를 뽑았다. 아이들이 덩달아 나선다. 한몫하려는 양 호미까지 집어 든다. 좀 굵다 싶으면 “큰 거다”라고 들어 보이며 신나 했다. 뙤약볕에 흐르는 땀도 아랑곳없다. 호미로 감자를 찍으면 못내 아쉬워했다. 얼굴은 땀에 흙에 엉망이다. 그래도 마냥 즐거워한다.

고랑에 군데군데 모아 놓은 뽀얀 감자들이 탐스럽다. 호미를 잡은 손을 조심스레 놀릴 때마다 속살 비치듯 감자들이 드러난다. 흙 속에 감췄던 보물을 찾는 것 같다. 크든 작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캐 흙을 털어 냈다. 땀의 결실이자 자연의 혜택이다.

농사가 그렇듯 감자 역시 자연의 흐름과 같다. 추위가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이른 봄에 심었다가 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에 캐서다. 감자알이 가장 잘 들고 예쁘다. 하지 감자로 불리는 이유다. 장마가 지기 바로 전이다.

찐 감자 주위에 둘러앉았다. 햇살에 그을린 아이들도 “내가 캔 감자”라며 집어 한 입 베어 문다. “와! 맛있다.” 모두 포실포실하고 달큰한 햇감자의 참맛을 만끽했다. 올해 감자 농사, 끝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6-06-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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