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과(謝過)/이순녀 논설위원

[길섶에서] 사과(謝過)/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8-03-04 22:20
업데이트 2018-03-04 22:2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살면서 잘못과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로 인한 피해가 오롯이 나에게 한정된다면 자성(自省)으로 족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와 분노를 야기한다면 반드시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 인생에서 치명적인 건 잘못이나 실수가 아니라 거기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자기합리화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사과다. 나의 언행이 옳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부터 어렵다. 상대방이 당한 피해보다 내 입장에서 항변하고 싶은 유혹에 곧잘 넘어간다. 그래서 자꾸만 단서를 붙인다.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 상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실관계가 어떻든 제 불찰이다” 같은 나쁜 사과문이 나오는 이유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지 않고,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미사여구로만 포장한 사과는 오히려 화를 키울 뿐이다. 각계각층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가해자의 사과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피해자가 진정으로 인정한 사과는 못 본 것 같아 안타깝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2018-03-05 27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