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두 가게/임병선 논설위원

[길섶에서] 두 가게/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6-13 20:36
업데이트 2021-06-14 03:5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서울숲 공원에 수국 보러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는 길에 두 가게가 눈길을 붙든다. 미용실 원장이 유리창에 내붙인 공고 문구가 애달프다. ‘장미허브(레몬밤)를 화분에서 키우는 중이니 손대지 마세요!!! 나중에 키워서 달라고 요구하면 분양하겠습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지난해 이맘때 길 건너 카페 주인도 비슷한 내용의 팻말을 화분에 꽂아 두고 있었다. ‘분양해 달라고 하면 드릴테니 수국 가져가지 마세요.’ 서울숲 산책객들이 꽃이나 나뭇가지 꺾는 모습을 이따금 바라보곤 한다. 공원이 지척인데 남이 정성스럽게 키운 식물을 파 가 자신의 집 화분에 옮겨 심으면 행복해질까, 정말 궁금하다.

미용실에서 몇 집 건너 가게에는 초콜릿 복근을 자랑하며 토마토 상자를 든 상남자 포스터가 눈에 띈다. ‘점심 먹고 갓딴 토마토. 갓파머 한OO. 건강한 토마토를 만든다는 철학을 가진 보디빌더’란다. 사 먹던 토마토와 확연히 다른 맛이다.이 점포는 팝업 가게를 표방한다. 컴퓨터 팝업 창처럼 2주만 임대하고 다른 사람이 이어받는다. 온라인 영업을 주로 하며 오프라인 프로모션도 하고픈 청년 창업자에게 딱 맞는 임대차 트렌드다. 팬데믹 여파에도 청년들이 희망을 움틔운다는 건 좋은 일이다.

bsnim@seoul.co.kr
2021-06-14 29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