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진격의 거인’/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진격의 거인’/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3-06-04 00:00
업데이트 2013-06-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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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정과장’ ‘진격의 대형주펀드’ ‘진격의 도시락’…. 갑자기 왜 ‘진격의 ~’라는 표현이 유행이지 하고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제목 패러디는 일본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가 2009년 10월부터 고단샤 월간 별책 ‘마가진’에 연재하는 만화 ‘진격의 거인’에서 유래한다.

줄거리는 좀 충격적이다. 지구는 100년 전 식인 거인의 공격을 받아 거의 전멸했다. 남은 인류는 이들을 피해 50m의 거대한 벽을 쌓고 숨어서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자유와 맞바꾼 100년 평화는 5년 전 50m의 초대형 거인이 등장해 성을 깨버리면서 붕괴했다. 소년만화답게 주인공 엘런을 비롯해 미카사 등 15~16세로 구성된 전사들은 식인 거인에 맞서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성을 지키며 거인의 비밀을 찾아간다. 미국 흑선에 대한 압력과 서양에 대한 공포로 진행된 ‘1853년 일본 개항’을 대입해 보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올 초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방영되면서 한국에서 대중화되고 있다. 일본에서 1200만부가 판매된 이 만화의 존재로 ‘망가 왕국’ 일본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의 만화시장은 지면 대신, 포털에 만화를 연재하는 웹툰으로 일찌감치 전환됐다. 무료 웹툰으로 얻은 인기를 휘몰아 단행본을 판매하는 구조다. 강풀의 ‘26년’이나 주호민의 ‘신과 함께’ 시리즈, 네온비의 ‘결혼해도 똑같네’, 윤태호의 ‘미생’ 등이 그랬다. 웹툰은 만화인구의 저변을 늘리는 데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만화 인구의 증가에는 만화가들의 피와 땀에 대한 정당한 값을 치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무료 혜택을 고마워하기는커녕 연재를 끝낸 뒤 단행본으로 내면서 웹툰을 유료화하면, 만화가를 비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일본의 만화가는 연재할 지면이 있고, 단행본은 1200만부나 팔리니 한국 만화가와 비교하면 부러운 구조다. 만화출판사인 애니북스가 낸 ‘죠죠의 기묘한 모험’은 일본 만화잡지에 27년째 연재하는 작품이라고 하니 입이 벌어진다.

만화가 허영만은 최근 카카오페이지에서 ‘식객2’를 유료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허영만은 “웹툰 무료 만화로 만화가의 삶이 더 힘들어졌다”면서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을 바꾸겠다”고 했다. 2010년 한국만화연감에 따르면 한국의 만화 단행본 시장은 2003년 1225억원 규모에서 2009년 902억원으로 26.4%가 줄었다. 만화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TV드라마나 영화, 게임산업의 원천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처럼 만화를 제대로 살리면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되고, 문화융성도, 창조산업도 덩달아 힘을 받지 않을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06-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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