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소통과 신뢰/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소통과 신뢰/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입력 2013-02-21 00:00
업데이트 201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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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 말들이 많다.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모두 새 정부의 인선 과정에 ‘불통 이미지’ 프레임을 적용했다. 국민과의 소통만이 ‘신뢰’로 대표되는 당선인의 이미지를 되살리는 해결책이라고 보도하기도 한다. 언론의 이러한 주문은 일견 타당하다.

정부와 유권자, 그리고 이를 매개하는 언론의 관계는 ‘상호작용적인 삼각관계’로 표현될 만큼 서로 의존적이다. 유권자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뉴스를 통해 정부의 정책집행 활동과 정치인의 행위를 알게 된다. 관련 지식을 토대로 정당이나 정치인 그리고 공공기관 등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고 평가한다. 그런데 소통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한 정치권력의 인식은 언론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정치세력들은 언론을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의 시각으로 정치권력의 활동을 감시하고 평가하며, 정치적 의도의 문제점만을 파헤치는 부적절한 관행이 남용되고 있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정치세력의 왜곡된 언론관은 실제 뉴스 생산 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권력을 장악한 이들은 대변인의 발표나 보도자료처럼 뉴스거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고급 정보를 지닌 취재원에 대한 접근 기회를 차별적으로 제공하거나 아예 봉쇄함으로써 언론의 저널리즘 활동을 위축시키는 전략을 일상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대변인으로 대표되는 공식적 취재원들은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전하려는 의도가 매우 강하다. 국민들이 요구하지 않으면 먼저 공개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국민들은 정책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원한다. ‘불통 이미지’는 국민으로 하여금 새 정부에 대한 신뢰를 철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언론은 객관주의 저널리즘 실천을 통해 정치권력의 정책활동을 감시하여 여론 형성에 기여하며 유권자를 대표하여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치권과 국민의 소통을 매개하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 국민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언론은 정치를 게임으로 묘사하는 전략적 프레임을 빈번히 채택하고, 본질보다는 이슈나 정책을 둘러싼 정당 간 정치적 공방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의 무책임한 태도, 권력과 유착된 태도, 전체 국민의 입장보다는 언론사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보도 태도는 3대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대표적 정보매체인 신문의 가구 구독률은 1996년 69.3%에서 2012년에 24.7%로 급락했다(2012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장에 따른 미디어 이용 형태의 변화가 전통 미디어 쇠락의 원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언론에 대한 수용자의 신뢰 수준이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관심이 많다. 특히 공동체 지도자들이 내세우는 많은 정책들이 구성원의 관심사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그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지를 늘 지켜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민들은 소통을 절실히 원한다.

정부는 국민을 통치의 대상이 아닌 통치 과정 참여자로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동의를 얻어야만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실천하는 방법은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국민을 연결해 주는 언론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언론은 통치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합리적 여론 형성에 기여하고 국민의 생각과 의견을 전하는 중요한 소통 채널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정치권과 시민 사이를 매개하는 언론은 정치권력과 언론사가 아닌 독자와 시청자에게 충성해야 한다. 민주주의 가치를 올바로 구현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갖추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다름 아닌 ‘식견을 갖춘 유권자’이다. 이런 유권자만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언론은 공공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들을 제공함으로써 식견을 갖춘 유권자를 양성하는 데 애써야 한다.

2013-02-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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