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사람이 경쟁력이다/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열린세상] 사람이 경쟁력이다/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입력 2013-05-30 00:00
업데이트 2013-05-3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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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배종하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얼마 전 프로야구에 인간승리 드라마가 있었다. 2005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팔꿈치와 어깨 수술을 하고 소속 팀에서도 버려진 선수가 새로운 팀에서 끈질긴 재활 노력 끝에 201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것이다. 그는 한때 1군에서 잘나가는 투수였다. 그런데 수술을 해도 혹사당한 팔은 나아지지 않았고, 더 이상 던질 수 없다는 절망 속에 그는 은퇴까지 고려했다. 다행히 그를 눈여겨보고 불러준 팀이 있었다. 그 팀의 배려로 그는 1년 반 동안 재활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올해 마침내 결실을 봤다.

6년 만에 승리투수가 된 날 그는 인터뷰에서 “하루하루가 신기하다” “오늘 일어나서 어깨 상태를 보고, 경기장에 나와서 공을 던져보고 ‘괜찮구나’라고 느끼면 ‘아, 오늘은 됐다’라고 안도한다”고 했다. 지금도 그는 경기장 부근이 아닌 2군 훈련장 근처에서 혼자 자취하고 있다. “나는 언제 2군으로 갈지 모른다” “2군 훈련장 근처에 있으면 재활 때의 간절함을 계속 간직할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솔직히 한국시리즈는 꿈도 꾸지 않는다. 오늘 던지고, 내일 던질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런 하루가 조금 더 이어지기만 바라고 있다”는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다. 그는 다시 던질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재활을 도와준 팀에 무한한 감사를 표시했다. 아직 팡파르를 울릴 때는 아니지만 다시 일어서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한 선수의 의지와 인내심을 갖고 뒷받침해 준 팀의 배려가 일궈낸 인간승리에 가슴이 뭉클하다.

야구를 보면 인생살이와 비슷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조직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구성원 개개인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긴 안목으로 사람을 키우고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조직은 성공하는 조직, 경쟁력 있는 조직이 된다. 구성원 개개인이 뛰어나더라도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인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는 반감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류현진 선수가 속한 LA 다저스는 올해 우승을 목표로 엄청난 투자를 해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지불하고 있지만 성적은 바닥을 헤맨다.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어이없는 에러로 당초 기대를 크게 밑돌고 있어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성공하는 조직은 사람을 관리하고 키울 줄 안다. 꾸준한 인내심을 가지고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어 저마다 역할을 하게 만든다. 201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선수는 개인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했겠지만 선수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해 무리하지 않고 충분히 몸을 추스를 수 있게 관리해 준 팀이 없었다면 재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승리는 필수이다. 하지만 욕심이 앞서면 때로는 선수를 혹사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망가진 선수를 우리는 심심찮게 본다. 당장 급하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사람을 쓴다면 훗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상에 필요없는 사람은 없다. 모두 다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다. 리더는 그 사람만의 쓸모를 최대한 살려주는 사람이다. 1%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 1%를 완벽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리더는 안고 가는 사람이다. 특히 사람에 관해서라면 어떠한 선수, 어떠한 사람이라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좁은 속내를 자랑하듯 일희일비한다면 그 사람은 결코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리더라면 가슴이 넓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동시에 등도 넓어야 한다. 아픔은 가슴으로 안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등 뒤에 두고 끝까지 책임지고 지켜줘야 한다.” 야신(野神)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에서 한 말이다.

지금 우리는 사람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가. 당장 내가 있을 동안 업적을 올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 연연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대통령 밑에서 중책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망신스러운 범죄를 저질러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것도 크게 보면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키우지 못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평생 해온 야구를 그만두어야 할 절망감 속에서 다시 일어나 마운드에 선 인간승리에 무한한 박수를 보내며 오랫동안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2013-05-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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