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중국과의 관계개선의 득과 위험/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중국과의 관계개선의 득과 위험/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3-07-08 00:00
업데이트 2013-07-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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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보면 제갈공명이 관우에게 형주 땅을 맡기면서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형주와 맞닿아 있는 두 나라인 위(魏)나라와 오(吳)나라를 대함에 있어 오나라와는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위나라와는 대립적인 관계로 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우는 이런 제갈공명의 말을 무시하고 위나라와 오나라를 동시에 적대시하다가 결국 형주 땅도 빼앗기고 자신도 목숨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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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개인의 인생이나 조직의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누구와 친하고 누구와 대립하느냐이다. 이를 제대로 파악했다는 점에서 제갈공명의 진정한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며 미국과 더불어 주요2개국(G2)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을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하여 양국 우호 증진에 크게 기여한 것은 정말로 의미 있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관우가 위나라·오나라와 모두 적대 관계를 만든 것에 비하면, 현재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쌓고 있으니 정치·경제적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결방법을 전혀 찾지 못했던 대북관계도 이제는 희망이 보인다고 할 수 있고, 미국에 이어 중국과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경제적으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듯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우리의 미래에 정말 중요한 대사건이지만, 한편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첫째, 이번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의 합치를 볼 수 있어서 양대국 간의 외교관계가 좋아졌다는 사실이 엄연히 존재한다. 문제는 차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물론 가장 간단하고, 어찌 보면 안전한 방법은 한쪽으로 확실하게 편을 드는 것이다. 그러면 고민할 일도 없고 오해를 살 것도 없다. 사실 이렇게 확실하게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의 외교 전략이었고, 지난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런 외교 전략을 통하여 우리는 큰 이득을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간단하고 확실한 외교 전략을 벗어나 미국과 중국 양쪽과 우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훨씬 복잡하고 위험한 외교 전략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두 마리 모두 놓치는 상황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기뻐할 상황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더욱 복잡하고 조심스러운 외교 상황을 다루어야 한다는 경계심과 부담감부터 느껴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정부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주지하고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둘째, 다수의 강대국과 친교가 맺어지면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구한말에도 근대화 추진에 갈 길이 바빴던 우리 정부가 친청파, 친러파, 친일파 등으로 나뉘어져 싸우다가 결국 멸망했던 경험이 있다. 이는 물론 아주 극단적인 상황의 예이지만, 가까운 장래에 우리 국민들도 친미국과 친중국으로 의견이 나뉘어 대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내가 잘 아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미국과의 FTA를 반대하던 경제학자가 중국과의 FTA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경우도 많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이라는 경제학자들도 미국에 더 호감을 느끼는 쪽과 중국에 더 호감을 느끼는 쪽에 따라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 국가 안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국내에 친미파와 친중파가 있어서 둘이 서로 잘 협력하여 각자 미국과 중국과의 외교에 노력한다면 국익은 크게 신장될 것이다. 문제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집단들이 국익이라는 큰 대의명분을 위해 일하지 않고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는 경우가 생기기 쉽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우리에게는 큰 기회이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조심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큰 기회는 큰 위기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2013-07-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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