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과 대응체제/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과 대응체제/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입력 2015-01-29 23:48
업데이트 2015-01-30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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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임종인 안보특보의 임명일 것이다. 임 특보는 수학과를 졸업하고 그동안 정보보호와 네트워크 보안 분야의 전문가로서 연구와 자문, 교육에 전념했던 대학교수였다. 그런 그가 안보특보에 임명된 것은 단순히 임 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청와대가 국가 안보의 범위를 제대로 파악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안보는 나라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지켜 내야 할 절대 가치다. 굳이 국권을 상실했던 일제 식민지 시절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가를 잃은 국민은 문화와 역사, 언어마저 빼앗긴 처참한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이렇게 국권 수호와 직결되는 안보가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전통적 의미의 안보에 사이버 공간에서의 안보가 추가됐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안보 컨트롤타워는 전통적 의미의 안보에 얽매여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을 간과해 왔다.

그 결과 지난 수년간 우리는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사이버 공격에 노출되면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2009년의 7·7 디도스 사태 때는 청와대와 백악관을 비롯한 한·미 47개의 홈페이지가 공격을 받아 일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2011년에는 농협의 금융전산망에 침투해 각종 자료를 삭제하고 시스템을 파괴시켜 금융 업무에 치명적 피해를 입혔다. 2013년에는 언론사와 금융사의 전산망이 해킹돼 시스템이 파괴되고 업무가 마비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공격이 치밀하게 계획되고 순차적으로 시행되면서 국가 전반의 인프라를 마비시키고 특히 국방통신망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면서 동시에 물리적 공격을 감행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오래전 개봉된 영화 ‘다이하드 4’에서는 불과 몇 명 안 되는 조직원을 가진 인물이 뉴욕시 전체를 마비시키고 지하철을 비롯한 기간시설을 순식간에 파괴하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일들이 더이상 영화 속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가 방심하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현실이 됐다.

이석기류의 종북주의자들이 극소수여서 국가 파괴 세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테러가 한두 사람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국가 전복 수준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는 무식의 결과다. 이제 사이버 위협은 개인정보 유출의 수준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이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물리적 안보 대응과 동일한 무게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보보안 전문가가 안보특보에 임명된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이것만으로 사이버 안보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사이버 안보의 중심 역할을 해 왔던 국가정보원의 사이버테러 대응 능력이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된 사실이다.

북한의 해킹 능력을 비롯한 사이버전 수행 능력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우리민족끼리’나 ‘내나라’ 등 종북 성향 사이트나 국내 포털에서의 댓글 활동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심리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북한의 인터넷 연결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종북 성향 발언이나 댓글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면 국경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에 의한 심리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은 분명 있어서는 안 될 반민주적 행위였기에 그 책임자들은 엄벌에 처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국정원의 사이버테러 대응 능력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현재 공공, 민간, 국방 등 분야별로 나뉘어 있는 사이버테러 대응 체제도 차제에 유사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통합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정비해야 한다. 언급만으로도 마음 아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국가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뼛속 깊이 경험했다. 유사한 참사가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임 특보의 임명을 계기로 전통적 안보 개념에 정보화 시대의 안보 개념을 융합시켜 사이버 안보 시대의 효율적 대응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일반 국민의 정보보호 및 보안 의식을 획기적으로 증진시켜 국민 모두가 사이버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5-01-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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