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아빠! 어디 가?’(이하 아빠)에 대한 입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가수 윤민수의 아들 후가 MBC ‘아빠! 어디 가?’의 꼬마스타로 떠오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제공|MBC


특히 윤민수의 아들 윤후의 인기가 대단해서 톱스타 부럽지 않을 만큼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시청률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SBS ‘일요일이 좋다-K팝 스타2’ 등 쟁쟁한 동시간대 경쟁작들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단순히 동심의 힘이라고 하기엔 설명이 부족하다.

지난달 6일 첫 전파를 타기 시작해 방송 한 달여만에 주말 저녁 인기 예능으로 자리 잡은 ‘아빠’의 인기비결을 조목조목 살펴봤다.





◇동심의 힘

’아빠’에 제일 먼저 눈을 고정하게 하는 비결로 해맑은 동심의 힘이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처음 가 본 시골에서 겪는 이야기는 소소하지만 순진무구함 그 자체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정화해준다. 덕분에 톱스타도 없고, 제대로 된 포맷도 갖춰지지 않은 ‘아빠’는 처음부터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었다.





일곱 살 내외의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촬영하는 게 쉽지가 않다.

’아빠’의 연출자인 김유곤 PD는 “천진난만해 귀엽기도 하지만, 촬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카메라는 먼저 돌고 있는 상황에서 큐사인 대신 ‘어린이 여러분 여기 집중해주세요~’ 하면서 촬영한다.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아이들을 찍느라 제작진은 밥도 제대로 못 먹기 일쑤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유치원 선생님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엇보다 방송 분량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김 PD는 “매번 촬영할 때 ‘방송 분량을 못 만들어왔다’며 낙담한다. 여느 예능프로그램이라면 연예인들이 으레 카메라를 의식해 움직이고, 방송 분량도 생각해서 말도 더 해주고 그럴 텐데 아이들은 그런 개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카메라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말하니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속에서 동심의 힘은 숨겨진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김 PD는 “계획대로 안 된 것 같아 상심해 있다가도 막상 편집실에서 테이프를 다시 돌려보다 보면 담긴 이야기들에 깜짝깜짝 놀란다. 다 같이 있을 땐 보이지 않던, 아이와 아빠의 관계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게 나와서 마치 숨어있는 보석을 찾은 기분이 든다. 이게 ‘아빠’의 최대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캐릭터의 힘

누구 하나 예쁘지 않은 아이가 없지만, 특히 윤후의 매력은 블랙홀급이다. 송종국의 딸 지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윤후는 지아에게 “이런 귀염둥이”, “지아씨~”라고 부르며 이제 갓 여덟 살이 된 아이답지 않은 말투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하고, 핫팩으로 지아의 언 발을 녹여주거나 사랑의 권총을 쏘고 “달려봐 지아야, 나 잡아봐라” 하는 식의 로맨틱한 면으로 팬심을 사로잡고 있다. 이에 대해 김유곤 PD는 “단순히 아이가 예뻐서가 아니라 캐릭터가 있어서 그렇다”고 인기비결을 분석했다.





김 PD는 “유재석의 힘은 그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팬들에게 각인된 캐릭터에 있다. 그를 보면서 예전에 무명때 메뚜기 춤을 추며 열심히 살았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 사람의 스토리가 캐릭터를 만들고, 그게 그 사람을 지켜보게 하는 힘이 된다. ‘무한도전’의 힘도 캐릭터에 있고, 그 캐릭터도 그동안 쌓아온 스토리에서 만들어진 것이지 않는가?”라면서 “그 캐릭터가 내 친구라는 생각이 들고 그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야 예능도 재밌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가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김 PD는 “예전엔 한 코너가 40분쯤 하던 게 요즘 80분을 한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지켜보기 어렵다. 드라마도 5분을 늘리려면 스토리가 늘어질 수 있어 만들기 어렵고 그나마도 70분인데, 주말 예능은 그보다도 긴 80분이다. 그 시간을 지켜보게 하려면 캐릭터가 잡혀있어야 한다. ‘얼마나 웃기나 보자’ 하고 보게 되면 재미가 없을 수 밖에 없다. 특정 포맷만으로는 80분을 채울 수 없다. 결국은 캐릭터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이 윤후가, 또는 윤후네 부자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행복해지길 바래~’ 하는 마음이 생기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많은 연예인이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잡아가는 캐릭터를 윤후는 어떻게 방송 한달여 만에 잡은 것일까. 여과 없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도 역시 천진난만한 동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답이 나온다. 여기에 김 PD는 “후가 다른 아이들보다 좀 더 특이하고, 관계지향적인 것 같다. 단순히 지아에게만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잘 살피는 것 같다. 준수랑 심부름을 가더라도 심부름 자체보다 준수가 어떤지를 더 배려했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있으니까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부성애의 힘

’아빠’에는 아이만 있는 게 아니다. 아빠의 웃음과 눈물 섞인 이야기에도 팬들이 공감하고 있다. 평소 근엄한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성동일은 항상 아들 준을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하는 탓에 엄격함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래도 준이 심부름을 해오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해하며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김성주는 이런저런 의욕으로 때론 아들에게 단호함을 보이면서도 친구 같은 아빠가 돼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반면 이종혁은 아들 준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없는, 쿨한 교육철학의 아빠로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런 이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과거 나의 아빠가 겹쳐지고, 또한 지금 나는 어떤 아빠인가, 미래의 나는 어떤 아빠가 될까를 생각하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가 부성애라는 코드로 팬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김 PD는 아들이자 아버지의 처지였기에 ‘아빠’를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MBC 노동조합의 총파업으로 시간이 많았던 터라 아버지와 아들에게 다른 때보다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던 덕분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83세 아버지와 일본으로 3박4일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배낭 메고 걸어 다니며 여행을 하다 보니 평생 아버지와 대화를 가장 많이 한 것 같다”면서 “그 여행이 이번 프로그램 기획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곱 살 난 아들과도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더욱 가까워졌다. 그러던 중 아들과 함께 방문한 헤이리 장난감 박물관에서 우연히 박명수와 마주쳤고, 연예인 아빠의 고충을 엿보게 돼 ‘아빠’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김 PD는 “요즘은 아들이 ‘나도 시골 데려가주세요, TV 나가게 해주세요’ 하고 조르는 통에 정말 곤란하다. 게다가 간신히 좀 친해졌는데 다시 촬영으로 바빠져서 자주 못 놀아줘 금방 또 멀어질 것 같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아빠’를 통해 오버랩되는 내 가족의 모습에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모두 ‘아빠’를 더욱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모양이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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