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박시연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박시연 “희귀병 앓는다” 첫 공개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된 여배우들의 재판에서 담당 의사 안모(46·구속기소)씨가 20일 “여배우들에게 약물 의존 증상이 없었다”며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안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시연(본명 박미선·34), 이승연(45), 장미인애(29)씨에 대한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승연씨 등이 ‘더 자고 싶다. 쉬고 싶다’ 등의 말을 하며 한차례 시술을 받은 후에 프로포폴을 추가로 투약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측 신문에 안씨는 “조사 당시에는 그렇게 진술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안씨는 “이씨가 의존 증상을 보였다고 말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료 기록을 없앤 상황에서 벌을 받을까 두려웠고 검찰에서 선처를 받으려고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이씨의 팔에 주사자국이 있어 다른 병원에서도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이 아닌가 의심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안씨는 이날 재판에서 “직접 본 것이 아니라 간호사에게 들은 것”이라며 말을 뒤집었다.

그는 “박시연씨가 의존적 성향을 보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존적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중독되면 통제가 안 되는데 박씨는 아주 얌전했다”고 진술했다.

안씨는 검찰에서 “박씨의 척추 상태를 보면 많이 아플 것 같지 않은데도 자주 시술을 받으러 와 의존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안씨는 특히 진료기록 폐기의 경우 증거 인멸죄로 징역형을 살 수도 있다는 설명을 검사에게 듣고서 처벌을 적게 받으려고 연예인들에게 불법 시술을 했다고 허위로 진술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장미인애씨의 의존성 여부에 대해서는 “다른 의사가 진료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검찰 조사 때 진술을 유지했다.

안씨가 이씨 매니저의 부탁을 받고 연예인들의 진료 기록을 파기한 사실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안씨가 지난해 10월 프로포폴 투약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씨 매니저의 부탁을 받고 연예인 일부의 진료 기록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에는 진료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허위 진술했다고 검찰 측은 덧붙였다. 안씨도 재판에서 진료기록을 파기한 사실을 인정했다. 안씨는 “이씨와 친분이 두터워 구설에 오를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수사의 불똥이 튀어 병원에 문제가 생길까 봐 이런 사실을 속였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의 K병원 원장인 안씨는 연예인들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 준 혐의로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미 기소된 이씨 등 3명 외에 안씨의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 5명의 이름이 추가로 거론됐다.

해당 연예인들은 개그맨 A씨와 배우 B씨, 방송인 C씨 등 이름만 대면 모두 알 만한 유명 연예인이다.

다만 이들의 경우 2011년 2월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투약한 사실이 있거나 진료기록이 폐기돼 투약일시나 횟수 등을 특정하지 못해 기소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재판 과정에서 박시연씨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 알려졌다.

박씨 측 변호인은 “박씨가 뼈 조직이 죽는 이런 병 때문에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며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받으면서도 이런 사실을 숨겨온 것은 “여자 연예인으로서는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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