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커에서 배우로 무르익어 가는… 뮤지컬 ‘투란도트’ 주역 정동하

“‘무대에서의 진솔함’, 제가 배우로서 추구하는 핵심 가치예요. 슬픔을 표현하려면 제가 정말 슬퍼야 하고 기쁨을 표현하려면 제가 진짜 기뻐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 경험 등에서 감정을 끌어오는 게 아니라 극 중 인물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진짜 감정’을 되살려야 하는 거죠.”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정동하는 “첫 뮤지컬에서의 아쉬움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메워 왔다. 이제는 무대에서 훨씬 자유로워졌다. 커튼콜 때 객석에서 숨죽여 왔던 감동이 펼쳐지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br>에버모어뮤직 제공
●‘무대에서의 진솔함’ 추구

그룹 ‘부활’ 보컬 출신의 가수 정동하(36)가 배우로도 무르익고 있다. 작품 속 인물이 돼 그의 감정까지 오롯이 무대에서 재현하고 있다. 탄탄해져 가는 연기를 토대로 4년 만에 창작 뮤지컬에 도전했다. 지난해 지방 공연에 이어 서울 공연을 앞둔 ‘투란도트’다.

정동하는 그간 창작 뮤지컬을 피해 왔다. 뮤지컬 배우로서 아직은 더 배워야 하는 단계라고 여겨서다. “배우로서 숙성이 안 됐기에 작품만은 그 자체로 완성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완벽하게 틀이 갖춰진 작품이라야 제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다고 믿었어요. ‘투란도트’는 여섯 번째 작품이에요. 더이상 창작 뮤지컬을 피하는 건 용기 없는 행동이라는 자각이 들더군요. 용기를 내서 도전했습니다.”

‘투란도트’는 세계 4대 오페라로 꼽히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물의 왕국 ‘오카케오마레’라는 가상 세계로 옮겨 재해석한 작품이다. 2010년 대구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공동 제작해 이듬해 제5회 DIMF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 DIMF 특별공연과 대구 장기 공연에서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연습 거듭하다 보니 감정 몰입하게 돼”

정동하는 투란도트의 저주를 풀고 사랑을 얻기 위해 수수께끼 벽에 칼을 꽂는 폐망한 나라의 왕자 ‘칼라프’ 역을 맡았다. 처음엔 극 중 목숨까지 걸 정도로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이해되지 않았다. 투란도트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럴 것이라고 여기며 무대에 섰는데 감정이 끓어오르지 않았다. 어머니의 사랑 등 대본에 없는 스토리를 만들어 ‘궁극의 사랑’을 상상했다.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도 걸었다.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자신의 모든 걸 내놓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의 감정에 몰입하게 되더군요. 투란도트 역을 맡은 여배우들도 감정 몰입에 큰 도움이 됐어요. 투란도트가 실존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잘 소화해 냈거든요.” 투란도트 역은 뮤지컬 배우 박소연과 가수 알리, 리사가 열연한다.

지난해 대구 공연 뒷얘기도 들려줬다. “시녀 류가 죽는 장면이 있어요. 무대에서 누군가 죽는다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설득시켜요. 류는 팔목을 긋고 죽는데 지혈하면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초반엔 몰입하기 힘들었어요. 관객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많은 분들이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받았어요.”

●“여섯 번째 뮤지컬 하는 동안 조금씩 성장”

정동하는 2012년 창작 뮤지컬 ‘롤리폴리’로 뮤지컬에 첫발을 내디뎠다. ‘롤리폴리’에 출연했던 부활 4집 보컬 김재희의 출연 요청을 받아들였던 것. 이후 ‘요셉 어메이징’ ‘잭더리퍼’ ‘노트르담 드 파리’ ‘두 도시 이야기’ 등에 출연했다. “데뷔 뮤지컬에서 ‘발연기’를 한 게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어요. 그 작품에서 연탄가스를 마시고 죽는 장면이 있는데, 그 모습을 본 지인이 ‘빵’ 터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많이 서툴렀죠.”

여러 뮤지컬을 거듭하며 ‘터닝 포인트’가 왔다. 무대 위에서 상대 배우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는 자신의 배역에만 갇혀 자신만 보였다. “뮤지컬을 처음 했을 땐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모여서 연습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제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뮤지컬은 매번 그 흐름도 다르고 경우의 수도 많더군요. 배역 조합에 따라, 그날 날씨에 따라, 어떤 관객인가에 따라 극의 흐름이 달라지고, 배우 중 한 명의 기분이 다운돼 있으면 그에 따른 색깔도 나오고…. 뮤지컬을 계속하면서 조금씩 성장한 듯해요. 상대 배우의 액션에 대한 리액션도 매끄러워졌고요. 이젠 제 공연에 사람들을 마음 편하게 초대할 수 있을 정도는 된 것 같아요.” 다음달 17일부터 3월 13일까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5만~11만원. 1599-198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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