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명인 부고 급증…“베이비붐 세대 노화에 매체 발달 때문”

“내 영웅들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아요.”

지난 1월 영국의 전설적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와 명배우 앨런 릭먼이 잇따라 별세하자 영국의 유명 코미디 배우 에디 이저드는 애통한 심정을 담아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올해 들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스타들의 부고가 자주 들려오면서 이런 탄식도 계속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에는 ‘퍼플 레인’(Purple Rain)으로 유명한 미국 천재 뮤지션 프린스가 향년 57세로 숨졌다.

일주일 전 마지막 공연을 하는 등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에 사망 소식이 전해져 팬들의 아픔이 더 컸다.

프린스 같은 뮤지션뿐 아니라 영화, 스포츠, 문학 등 각 분야에서 ‘전설’로 일컬어진 유명인들의 사망 소식은 올해 초부터 끊이지 않았다.

보위는 마지막 앨범 ‘블랙스타’(Blackstar·★)를 발표한 지 이틀만인 1월10일 암으로 별세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 나흘 뒤에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 교수 역으로 사랑받은 릭먼이 역시 암과 싸우다 숨져 슬픔을 더했다. 보위와 릭먼 모두 69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

2월에는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작가이자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84)와 ‘앵무새 죽이기’로 미국 국민작가 반열에 오른 하퍼 리(89)가 하루 차이로 별세했다.

지난달 24일에는 네덜란드 ‘토탈사커’를 꽃피우며 시대를 풍미한 축구 스타 요한 크루이프가 폐암 투병 끝에 6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런 상황과 관련, 올해 들어 주요 인물의 부고가 나가지 않은 주가 드물 만큼 유명인의 사망 소식이 유독 잦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BBC가 올해 1∼3월 부고 기사를 내보낸 유명인은 모두 24명으로 2012년 같은 기간 5명에서 거의 다섯 배로 늘었다. 지난해와 2014년 동기에도 각각 10명을 조금 넘는 정도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서는 매년 별세한 유명인을 모은 코너를 운영하는데 현재 75명이 포함됐다. 지난해와 2014년 이맘때에는 각각 30명과 38명이었는데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BBC의 부고 담당 편집자 닉 서펠은 이런 추세에 대해 “경이적인 수치”라면서 매년 연말 그해에 별세한 유명인들을 모아 방영하는 영상의 길이를 기존의 30분에서 올해는 1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올해 이렇게 유명인들의 사망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데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에 접어든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BBC는 분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 올해로 52∼70세가 되면서 죽음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프린스와 보위, 릭먼, 크루이프가 바로 이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한다.

매체의 발달에 따라 유명인의 범주가 확대되고 관련 소식을 접하기 쉬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BBC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풀이했다.

베이비붐 세대 이후 스타들은 이전에 없던 매체인 TV의 출현에 힘입어 전세계적 인기를 얻은 경우가 많다.

이전 세대에는 영화배우나 왕족, 스포츠 스타, 정치인 정도가 명사 취급을 받았다면 이제는 TV리얼리티쇼 출연자, 코미디언, 게임쇼 사회자 등도 유명인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최근 10여 년간 인터넷과 휴대전화 보급,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사람들이 유명인들의 소식을 쉽고 빠르게 접하게 된 것도 ‘유명인 부고’가 많아진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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