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 백윤식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들입니다. 뭐하러 개, 돼지들에게 신경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한 망언으로 지난 12일 파면 조치가 결정된 교육부 고위 공무원이 ‘인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영화 ‘내부자들’에 등장하는 대사다.

영화 속 막강 언론사의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가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살아온 재벌 오회장(김홍파)에게 여론을 신경 쓰지 말라며 조언(?)하는 말이다.

이강희와 오회장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뚤어진 선민의식으로 무장했고, 자신들은 대중은 물론이고 법 위에 군림한다고 생각하는 악인이다.

영화 속에서는 여론 그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시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영화 대사를 인용했을 뿐”이라며 국회에 나와 사죄했지만 해당 공무원은 막말 파문 사흘 만에 전격 파면 조치가 결정됐다. 분노한 여론은 영화 속 세상과 달리 절대 무시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권력자, 가진 자들의 속내를 꼬집은 작품 속 명대사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하면서도 통쾌하게 현실을 꼬집어 귀에 꽂히는 대사들을 꼽아봤다.

◇ 우매한 대중은 개, 돼지, 소, 일개미

대중을 개, 돼지라 폄훼하는 대사는 ‘내부자들’에만 등장하지 않는다. 지금껏 빈번하게 있어왔고, 현재 방송 중인 OCN 금토드라마 ‘38 사기동대’에도 나온다.

57억을 탈세해놓고도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룸살롱 업자 마진석(오대환)은 가난한 시청 세금공무원 백성일(마동석)을 스크린 골프장에서 만나자 이렇게 말한다.

드라마 ‘38사기동대’ 오대환.<br>OCN
“세상 참 평등해졌어. 그죠? 이젠 개나 소나 골프 친다고 깝치고. 잘 사는 애들이나 못 사는 애새끼들이나 같은 선생 밑에서 교육받고. 평등 이게 좋은 게 아닌데 정말. 멍청한 사람들이 정말 격 떨어지게…사람이 분수를 알아야지. 꼭 못사는 것들이 잘사는 사람들 다 따라 하려고 해요. 그지 새끼들. 그지들.”

세금공무원 관두고 세무사 사무실을 하는 백성일의 선배(김응수)는 그런 악덕 체납자 마진석 편을 들며 이렇게 말한다.

“부자들은 여왕개미, 법 만드는 사람은 수개미. 너는 병정개미야. 그런데 병정개미 백성이 왜 여왕개미를 공격하냐. 체납세금 50억 그거 별거 아니야. 월 200만원 버는 일개미들, 회사원 저런 애들이 한달에 갑근세다 건강보험이다 뭐다 월 30만원 정도 떼고 받거든? 저런 애들 1만6천666명이면 50억 그거 한큐야. 쟤들은 선택권도 없어. 월급에서 다 떼고 주니까 삥땅 치려야 칠 수도 없다고. 그러니까 일개미 저것들이 매달 꼬박꼬박 곳간을 채워주고 있다 이거야. ‘세금 드럽게 많이 떼네’ 좀 투덜거리는 소리만 들어주면 50억, 100억, 1000억 그거 문제도 아니야. 일개미들만 있으면. 그게 일개미들 숙명이야.”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유준상<br>SBS
지난해 방송된 SBS ‘풍문으로 들었소’는 대한민국 상위 1%의 삶을 풍자하며 호응을 얻었다. 극중 권력과 부를 모두 손에 쥔 최고의 상류층 한정호(유준상)가 애독하는 책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한정호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군주론’을 읽게 한 후 이렇게 교육한다.

“우매한 대중은 다스려야 해. 그때 귀족성을 내세우면 안 돼. 차별에 민감한 대중들이 상처받거든. 입 밖에 내지 말고 조용히 실천하라는 말이다. 그런 게 힘이다.”

◇ 없이 사는 것들이 지들끼리 치고받아 준다

2012년 파란을 일으켰던 SBS ‘추적자’에서 노회한 재벌 회장 서동환(박근형)은 아랫사람, 없이 사는 사람을 부리는 법을 이렇게 설파한다.

드라마 ‘추적자’ 박근형<br>SBS
“동윤아, 니 농사 지어봤나? 지주가 그 수많은 소작농을 우짜 관리하겠노? 그래가 마름이라는 걸 뒀다 아이가. 그란데 몇 년 후가 지나가면 소작농이 지주는 안 무서워하고 마름을 무서워한다.”

그는 또 대중의 마음은 갈대와도 같다고도 비아냥댔다.

“이 나라 백성들 맘을 우예 알겠노. 4.19가 일어났을 때 민주주의다 뭐다 그래 난리를 치더이만, 한 해 뒤에 5.16이 일어나니까 민주주의보다 경제 발전이 중요하다고 난리를 쳤다 아이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게 이 나라 백성들의 맘인기라.”

‘38 사기동대’의 수백억 체납자 방필규(김홍파) 회장은 대중은 부자들의 동정심을 먹고 산다고 틈만 나면 강조한다. 그는 심지어 세금을 받으러 온 공무원들에게도 이렇게 말한다.

드라마 ‘38사기동대’ 김홍파.<br>OCN
“너희들이 먹고 자고 싸고 입고 쓰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거? 다 나 같은 사람이 너희에게 동정심으로 베푼 거라고. 동정심을 권리라고 착각하는 거에요? 설마?”

“개 키워본 적 있어요? 난 6년을 키웠어요. 순해서, 아주 말도 잘 듣고. 그런데 7년째 됐을 때인가? 밥 늦게 준다고 내 손가락을 물더라고. 난 그냥 살짝 긁힌 정도라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회장님 생각은 다릅디다. 회장님이 나한테 그랬어요. 이 개는 이제부터 뭔가 불만이 있으면 너를 물 거다. 동정심을 버리면 착각한다. 그러니까 더 크기 전에 죽여라.”

온갖 불법과 악행을 돈으로 사주해 저지르는 방필규는 이런 말도 한다.

“암만 봐도 우리나라 참 살기 좋은 나라 아입니까. 뭣보다도요, 회장님 우리나라가 젤로 좋은 건요. 없이 사는 것들이 지들끼리 치고받아준다는 겁니다. 지들끼리 멱살 잡고 죽어라 싸워주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부려 먹기도 쉽고요.”

◇ 힘없는 자의 용기만큼 공허한 것도 없다

2014년 중년남성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았던 KBS ‘정도전’에서는 고려말 권문세족 이인임(박영규)의 뼈있는 말들이 화제가 됐다. 그는 시종 힘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드라마 ‘정도전’ 박영규<br>KBS
“힘없는 자의 용기만큼 공허한 것도 없지요. 세상을 바꾸려거든 우선 힘부터 기르세요. 고작 당신 정도가 떼를 쓴다고 바뀔 세상이었으면 난세라고 부르지도 않을 테지요.”

“의혹은 궁금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감당할 능력이 있을 때 제기하는 것이요”

이인임은 또 사람을 부리는 법도 설파했다.

“구걸에 맛들이 자는 절대 대들지 못한다”, “공짜도 반복되면 권리가 된다”

지난해 방송된 SBS ‘펀치’에는 검찰총장을 목표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온 이태준(조재현)의 논리가 회자됐다.

드라마 ‘펀치’ 조재현<br>SBS
그는 “흰옷 입고 세상에 나섰지만 흙도 묻고, 때도 타고, 남들은 야는 흰데 점마는 꺼멓다고 손가락질도 하지만, 장관님. 잊지 마이소. 이것도 설탕입니다”라며 자신의 비리를 까발리겠다는 법무부 장관에게 흑설탕을 꺼내 보였다.

이태준은 또 검찰총장이 되자마자 부하 검사인 정환(김래원)에게 “서울지검에서 검사복 입고 일 시작한 기 엊그제 같은데, 저 횡단보도 하나 건너오는데 30년이 걸렸네. 어느 놈은 빨간불에 건너다가 자빠지고, 어느 놈은 파란불 기다리다가 넘어지고, 정환아. 니앞에 파란불은 내가 켜주꾸마”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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