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만들었다는 데 의의”..실효성은 ‘글쎄’

문화체육관광부가 30일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출연에 대한 표준계약서 제정안을 발표하자 방송가는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기준을 마련했다는 데서 의미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박상주 총괄팀장은 “방송사와 제작사의 계약관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외주제작 시스템 개선을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라고 평했다.

그동안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참고할 가이드라인이 없었지만 정부를 포함해 제작 주체들이 모두 참여해서 표준계약서를 만들면서 외주제작 문제를 개선할 최소한의 시스템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문제갑 정책위원회 의장 역시 “표준계약서 시행은 큰 진전”이라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의 70% 정도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새로운 도약을 하려면 기본적인 질서를 잡는 게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표준계약서 제정은 바람직하다”며 “강제성은 없지만 정부가 내놓은 기준안이기 때문에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기자노조는 특히 표준계약서가 임의 계약 해지 규제와 일일 촬영시간 제한 등을 규정한 것에 대해 ‘연기자로서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표준계약서가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제작환경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주 팀장은 “표준계약서를 통해 기존 방송사와 제작사의 수직적인 갑을 관계가 9대 1에서 7대 3 정도로 개선되긴 했지만 강제성이 없어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며 “드라마제작사 등록제가 시행되지 않는 현 상태에서 실효성이 더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불량’ 제작사들이 표준계약서를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방송연기자노조도 제작현장에서 계약 위반을 우려하며 표준계약서가 제작현장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로그램 제작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방송사들은 현재 제작환경에서 표준계약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KBS 이강현 드라마제작국장은 “사전 제작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제작환경의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제작사가 사전제작을 하는 거라면 이런 방향이 맞지만 방송사의 편성을 딴 후에야 방송사의 지원 아래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외주제작사에 원천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출연료 미지급이 발생하면 방송사가 출연료를 지급하게 한 규정도 이행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현재 대부분의 방송사가 제작비를 제작사에 미리 지급하는데 제작사가 출연료를 포함한 제작비를 집행한 후 악의적으로 출연료 지급을 미루면 방송사가 이중지급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강현 국장은 “표준계약서의 전체적인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불합리하고 실효성을 보장하기 쉽지 않은 세부 항목들이 있다”며 “이런 이유로 표준계약서가 악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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