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이면 무사히 한 해를 마무리하게 해 준 조상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지내는 제사에 올린 것도 만두였다.
정월 열나흗날 쌀의 고장 이천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둘러앉아 쌀가마니를 닮은 만두를 빚곤 한다. 큰 가마니에 작은 가마니 여러 개를 넣어 하나로 감싸 안은 볏섬 만두에서 복주머니 안에 복을 담듯 만두에 복을 담아 풍년을 기원하는 우리네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저마다의 소망을 가득 채워 넣고 서로의 부족함을 피로 감싸 안아 빚어내는 만두는 우리의 바람을 채워 줄 복주머니나 다름없다.
밀가루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밀가루를 대신할 다양한 만두피가 생겨나기도 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명태는 만두의 피가 되고 소가 되었고 담백한 만두에 꼭 어울리는 김치의 재료도 되었다.
쌀마저 귀하던 강원도 어촌마을에서 만나는 만둣국에서는 수수전을 지져 넣어 쌀떡을 대신하던 선조들의 기지를 엿볼 수 있다. 양미리를 통째로 넣어 푸짐하게 끓여 낸 어부들의 만둣국에서부터 임금님 상에 오르던 어만두까지 부족함을 다양함으로 승화시킨 각양각색의 만두를 만나 본다.
강원도 영월, 꽁꽁 얼어붙은 산골이지만 맛있는 만두를 완성해 줄 재료는 지천이다. 자연이 품은 약초는 만두에 깊은 향을 더하고 어머니의 마음을 닮은 묵은지는 넉넉히 만두소를 감싸 안는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다. 가족의 닮은 듯 다른 모습이 만두 모양새에 묻어난다. 만두는 손끝을 통해 스며든 온기를 오롯이 품은 정겨운 먹을거리다. 겨울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음식, 만두의 추억이 당신에게도 하나쯤 있는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