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다에 보여진 디자이너 황재근의 삶은 치열했고,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그 뒤엔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26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서는 디자이너 황재근의 일상이 전파를 탔다.

이날 황재근은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화려한 것, 특이한 것, 남다른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MBC ‘일밤-복면가왕’의 가면디자이너로서 열정을 드러냈다.

황재근은 사무실로 가는 출근길에도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가면에 쓰일 소재를 찾았다. 가는 길에 버려져있던 차 헤드라이트를 본 황재근은 “너무 예쁘다”며 주인에게 “가면 만드는데 쓸까해서. 버리는 거 없으세요?”라고 물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황재근은 가면 만들기에 열정을 다했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가 가수의 이름을 말하자 황재근은 크게 화를 냈다. 황재근은 “여기가 가면계의 국정원이에요. 아무것도 공개할 수 없어요”라고 이야기했다.

황재근은 출연자가 노래하는 자세, 습관까지 고려하며 가면을 수정했다. 황재근은 “가면을 클로즈업했는데 허술한 게 보이면 견딜 수가 없어요. 내 이름으로 나가는 게 저럴 수는 없다면서 밤을 새서라도 다 수정해야 돼요”라며 ‘복면가왕’ 가면에 대한 프로 정신을 드러냈다.

‘복면가왕’ 패널 김구라는 “‘복면가왕’이 성공하는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어요. 그 중 하나가 가면이죠. 가면들을 모두 황재근 씨가 만들기 때문에 황재근 씨가 복면가왕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죠”라고 그의 작품을 칭찬했다.

황재근은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의 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하며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해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이 망하면서 힘든 생활을 해야했다.황재근은 “판자촌에서 살았어요. 지하방, 찜질방, 만화방에도 살았어요. 동대문 근처에는 하루하루 사시는 분들이 많아요”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황재근은 유학시절 엄마를 떠나보내야했고,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황재근은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한국에 와야겠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느낌이 왔어요. 그때가 토요일이었어요. 비행기를 사야되는데 돈이 없는 거에요. 한국에 왔는데 이미 다 지난거에요. 엄마는 벌써 돌아가셨고 3일 장례 기간이 다 지났더라고요”라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황재근은 “형이 엄마 조의금으로 온거니까, 이거 들고 다시 학교 가서 공부하라고 하더라”라며 “학교 안가도 된다고 했는데, 큰누나가 ‘엄마가 너 공부하는 거 끝까지 할 수 있도록 했었다’고 하더라. 혹시 잘못될까봐 엄마가 따로 모아둔 돈이 있으니 그걸로 가서 하라고 했다. 졸업쇼 끝나니 눈물이 났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근 황재근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7평 원룸을 탈출해 빌라로 이사가기도 했다. 이렇게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황재근은 “이제까지 살던 집이 따뜻한 집이 하나도 없었어요. 이 집이 따뜻해서 전기장판을 안 깔아도 될 정도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라며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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