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캡처.
‘KBS 스페셜’이 버려지는 아이들의 사연이 담긴 베이비박스를 조명했다.

14일 밤 방송된 ‘KBS 스페셜’은 ‘버려지는 아이들 베이비박스, 60일의 기록’편으로 꾸려졌다.

서울시 관악구의 한 교회에는 ‘베이비박스’가 설치 돼 있다.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기를 두고 가는 곳이다. 처음 설치된 이래 4년간 950여명의 아기들이 이곳을 거쳤다. 아기들은 어떤 사연 때문에 따뜻한 엄마 품을 떠난 것일까.

부모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또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 때문에 아기와의 이별을 택했다. 그리고 아기들은 베이비박스에서 처음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이종락 목사는 “(산모가) 하혈을 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탯줄, 태반까지 다 들고 와서 아이를 놓고 푹 주저앉거나 쓰러지는 아이들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베이비박스의 근무자들은 언제 울릴지 모르는 벨소리에 마음 졸이며 근무하고 있다. 벨소리는 곧 새로운 아기와의 만남을 뜻하기 때문이다.

벨이 울리면 조태승 목사와 근무자가 달려가 아이와 엄마를 데려온다. 간혹 엄마가 아이를 놓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벨소리와 동시에 베이비 박스에는 긴장감이 돈다. 제작진은 베이비박스에서 24시간을 보내며 아기들과 만나는 긴박한 첫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베이비 박스에서는 꼭 아기 엄마와 상담을 하고 있다. 아기를 버리러 왔다가 상담 후 다시 데려가기로 마음먹는 엄마도 많다. 중학생 현민이 엄마도 그런 경우다. 출산 후 몸조차 추스르지 못하고 현민이를 버리러 왔지만, 상담 끝에 가족을 설득해 아기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조태승 목사는 “모든 상황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10대 미혼모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과 여건이 너무 안 좋다”며 “많은 미혼모가 아이를 기르려 해도 실제로 기를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아이를 결국 포기하게 된다”고 전했다.

연우 엄마와 아빠는 10대에 부모가 됐지만 돈을 모아 아기를 꼭 데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연우 엄마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남편을 도와 돈을 보태려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미혼모라는 신분 때문에 면접은 녹록치 않다. 연우네는 과연 무사히 출생신고를 하고 함께 살 수 있을까.

한편 꼭 아기를 데려가겠다고 했던 중학생 현민이 엄마는 연락이 끊겨버린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는 오래 위탁해줄 수 없다. 조 목사는 현민이가 보육원에 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현민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부모가 아기를 기르려고 해도 그들이 맞닥뜨리는 사회의 벽은 너무나도 높다. 복잡한 출생 신고 조건부터 미혼모에 대한 지원 부족까지,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과 양육의 책임을 오롯이 부모에게 지우는 사회의 단면은 이들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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