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각기 다른 사랑의 여정

사랑하는 것과 받는 것 사이에 하나를 고른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프랑스 영화 ‘비러브드’(Beloved)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의 포스터와 광고 문구만 보고 가벼운 밸런타인데이용 데이트 무비를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영화는 45년간의 긴 세월 동안 어머니와 딸의 기나긴 사랑의 여정을 좇으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대사 중간에 간간이 노래가 등장하는 뮤지컬 영화지만 음악이 극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레미제라블’과는 결이 다르다. ‘비러브드’에 삽입된 샹송들은 처연하고 엇갈리는 주인공들의 사랑을 표현할 때마다 등장해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구두는 영화 ‘비러브드’에서 상당히 중요한 장치다. 여성의 욕망을 상징하기도 하는 구두는 영화의 맨 처음과 끝을 장식하며 여운을 남긴다. 빨간색 구두를 훔쳐 신은 마들렌은 그 구두 덕분에 만나게 된 의사 자호밀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자호밀을 따라 간 체코 프라하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딸 베라를 낳은 마들렌. 하지만, 러시아가 프라하를 침공해 사회가 어지럽던 시기에 마들렌은 남편 자호밀이 외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들렌은 딸을 데리고 다시 파리로 돌아와 마음에도 없는 재혼을 했다.

1960년대에서 시작된 영화는 시간이 흘러 여인으로 성장한 베라의 관점으로 바뀐다. 자신의 곁에 연인 클레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 않던 베라는 우연히 클럽에서 만난 드러머 헨더슨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이내 그가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너무나 많은 장애물 탓에 고통스러워 한다.

영화는 등장인물 각자의 관점에서 서로 다른 사랑을 이야기한다. 전 남편을 여전히 잊지 못해 다시 재회하는 마들렌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고도 30년 동안 그녀의 곁을 지키는 현재 남편. 동성애자임을 알면서도 그의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베라. 각자 서로 다른 상황에 부닥친 인물들의 이야기는 사랑과 결혼의 본질에 대해 관객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프랑스 영화의 특성상 극적인 구성이 아닌 평면적인 구성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부가 설명이 부족한 상징적인 전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제64회 칸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는 프랑스의 명배우 카트린느 드뇌브의 원숙한 연기와 그녀의 끼를 물려받은 친딸 키아라 마스트로얀니의 개성 있는 연기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14일 개봉.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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