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과 그레텔 ‘19금 동화’로 재탄생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인적이 드문 숲에 버려진 헨젤은 동생 그레텔과 길을 잃고 헤맨다. 굶주린 남매는 우연히 발견한 과자로 만든 집에 들어갔다가 마녀에게 잡혀먹힐 뻔하지만, 기지를 발휘해 마녀를 화로에 넣어 태워죽인다. 15년 후 남매는 유럽 최고의 마녀 사냥꾼이 된다. 그들의 활약을 담은 기사를 스크랩해 쫓아다니는 마녀 사냥꾼 지망생까지 생긴다. 어느 날 남매는 11명의 아이가 납치된 마을에 들른다. 남매는 단순히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한 납치가 아니란 걸 직감한다. 배후에는 불멸의 존재가 되고 싶은 ‘대마녀’ 뮤리엘의 음모가 숨겨져 있던 것.

낯익은 이름과 이야기 얼개다. 19세기 초 독일 언어학자 그림형제가 구전동화를 재구성한 ‘헨젤과 그레텔’이다. 할리우드는 최근 동화의 재해석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림형제의 ‘백설공주’가 지난해에만 두 가지 버전(‘백설공주’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으로 만들어진 게 대표적이다. ‘빨간 모자’를 영화로 만든 ‘레드라이딩 후드’나 ‘미녀와 야수’의 판타지 로맨스 버전 ‘비스틀리’도 떠오른다.

노르웨이의 신예 토미 위르콜라 감독은 “헨젤과 그레텔의 어둡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 내게 충격을 줬다. 남매에겐 어두운 과거와 마녀에 대한 엄청난 증오가 있었다. 남매가 성장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궁금했다. 훌륭한 마녀 사냥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원작 설정을 살짝 비틀었다. 원작에선 먹을 것이 떨어지자 새엄마가 남편을 꼬드겨 아이들을 숲에 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영화에선 친엄마가 마녀사냥에 나선 마을주민에게서 남매를 지키려고 아이들을 숲으로 피신시킨 것으로 밝혀진다.

위르콜라는 또한 ‘19금’으로 동화를 재해석했다. 북미에서 만 17세 미만은 보호자를 동반해야 볼 수 있는 R등급을, 한국에서는 청소년관람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의도적으로 가슴골이 훤히 드러난 ‘본드걸’ 출신 젬마 아터튼(그레텔)을 포스터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청불’을 받은 건 선정성보단 폭력성 때문. 마녀 사냥꾼이 산탄총으로 마녀의 머리를 날려버리고, 트롤(거인족)이 인간 얼굴을 짓이기는 장면 등 액션장면이 등급을 올려놓았다.

그림형제 동화를 19금 액션으로 재창조한 건 신선했다. 다만 본 듯한 장면들이 거슬린다. 파괴력을 극대화한 석궁과 19세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기관총과 같은 중화기로 마녀들과 맞서 싸우는 남매(제레미 러너와 젬마 아터튼)의 모습은 휴 잭맨과 케이트 베킨세일이 뱀파이어 사냥꾼으로 나온 ‘반헬싱’과 겹친다. 이미 전 세계 흥행수익 1억 달러(약 1093억원)를 돌파했다. 제작비(5000만 달러)의 두 배를 뽑아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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