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신예 토미 위르콜라 감독은 “헨젤과 그레텔의 어둡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 내게 충격을 줬다. 남매에겐 어두운 과거와 마녀에 대한 엄청난 증오가 있었다. 남매가 성장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궁금했다. 훌륭한 마녀 사냥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원작 설정을 살짝 비틀었다. 원작에선 먹을 것이 떨어지자 새엄마가 남편을 꼬드겨 아이들을 숲에 버리라고 한다. 하지만, 영화에선 친엄마가 마녀사냥에 나선 마을주민에게서 남매를 지키려고 아이들을 숲으로 피신시킨 것으로 밝혀진다.
위르콜라는 또한 ‘19금’으로 동화를 재해석했다. 북미에서 만 17세 미만은 보호자를 동반해야 볼 수 있는 R등급을, 한국에서는 청소년관람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의도적으로 가슴골이 훤히 드러난 ‘본드걸’ 출신 젬마 아터튼(그레텔)을 포스터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청불’을 받은 건 선정성보단 폭력성 때문. 마녀 사냥꾼이 산탄총으로 마녀의 머리를 날려버리고, 트롤(거인족)이 인간 얼굴을 짓이기는 장면 등 액션장면이 등급을 올려놓았다.
그림형제 동화를 19금 액션으로 재창조한 건 신선했다. 다만 본 듯한 장면들이 거슬린다. 파괴력을 극대화한 석궁과 19세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기관총과 같은 중화기로 마녀들과 맞서 싸우는 남매(제레미 러너와 젬마 아터튼)의 모습은 휴 잭맨과 케이트 베킨세일이 뱀파이어 사냥꾼으로 나온 ‘반헬싱’과 겹친다. 이미 전 세계 흥행수익 1억 달러(약 1093억원)를 돌파했다. 제작비(5000만 달러)의 두 배를 뽑아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