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분 화끈한 총격전… 하지만 헐거운 이야기

미 하원의장의 경호원으로 근무하는 존 케일(채닝 테이텀)은 대통령(제이미 폭스) 경호원에 지원하지만 탈락한다. 면접에 따라온 딸과 케일은 우연히 백악관 견학에 참가하는데, 백악관은 때마침 정체를 알 수 없는 테러범들에게 점령 당한다. 대통령은 억류되고 딸은 붙잡힌다. 가까스로 테러범들에게서 벗어난 케일은 가족과 나라의 운명을 동시에 지켜야 하는 처지가 된다.

27일 개봉한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30여분간의 일발 장전을 거쳐 100여분간 총알을 퍼붓는다.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 ‘2012’에서 대재앙을 맞는 지구를 소재로 다뤘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백악관으로 무대를 축소시킨다. “전처럼 다 부수지는 않고, 약간의 상처만 줬다”는 농담 섞인 설명을 덧붙인다.

일단 채닝 테이텀과 제이미 폭스의 조합은 잘 어울린다. 일촉즉발의 탈출 순간 “왜 차 뒷좌석에 타느냐”는 케일의 질문에 “미안, 습관이 돼서 그렇다”고 대답하는 대통령의 모습처럼 의외의 웃음을 주는 장면도 많다. 댄서 출신으로 ‘스텝업’과 ‘매직 마이크’ 등을 통해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채닝 테이텀은 다양한 액션 장면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흑인 대통령 역을 맡은 제이미 폭스의 능청스런 연기는 극의 중심을 무게 있게 이끈다. 전쟁 대신 복지를 주창하고, “미국의 가장 큰 적은 가난”이라고 역설하는 모습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감독은 “미국의 분열이 지속되면 끔찍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백악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액션 영화의 배경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는 대통령 집무실과 지하 벙커, 엘리베이터, 정원 등을 오가며 활극을 펼치지만 엇비슷한 총격 장면의 단조로움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감독이야 백악관이 “200년 동안 희망과 민주주의를 상징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이라고 생각한다지만 한국 관객의 정서에는 다소 ‘오글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매번 감독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이야기의 느슨함이 반복되는 것도 아쉽다. 131분. 15세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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