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품을 하고는 제목처럼 파괴당한 기분이었고, 두 번째 작품 이후엔 간첩처럼 은둔하듯 지냈어요. 세 번째 기회까지 잡은 자체가 행운이었죠. 솔직히 700만명이 본편을 봤다는 사실도 믿겨지지 않아요. 감독판 흥행까지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이죠. 본편을 보고 감독판을 보는 분들도 있을텐데 괜히 봤다는 반응이 나와 쥐구멍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데요?”
영화에 접근하는 자세를 달리했던 게 주효했을까. 전작들은 시나리오대로 찍기에 급급했지만 시나리오만큼도 뽑아내지 못했다는 게 자평. 벼랑 끝에 선 입장이었지만 ‘내부자들’은 외려 여유를 갖고 열린 마음으로 만들려고 했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하자’는 이병헌의 명대사는 그래서 나올 수 있었다.
“시나리오에 갇히지 않고 현장에서 더 자유롭게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었죠. 그게 창작이지 않나 싶었어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니 대중의 시선이 보이고 배우, 스태프와의 소통이 원활해지더라구요. 캐릭터 해석력이 깊을 수밖에 없는 배우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를 조화롭게 묶다 보니 시나리오에 없었던 살이 붙으며 작품이 풍성해졌죠.”
감독판은 강렬한 첫 장면과 반전의 마지막 장면이 추가되며 완전히 새로운 작품처럼 느껴진다. 특히 경각심을 갖고 ‘그들’을 주시하자는 의도를 담으려 했던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에게 절망감을 줄까 봐 본편에선 눈물을 머금고 편집했던 장면이다.
“감독판을 열고 닫는 두 장면은 원테이크로 찍은 스타일이나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로 보면 쌍둥이와 다름없어요. 살리려면 둘 다 살려야 했고, 죽이려면 둘 다 죽여야 했죠. 가장 공을 들였고, 아끼는 장면을 보여줄 기회가 생겨 행복합니다.”
몇몇 수위가 높은 장면을 들어내고 관람 등급을 낮췄다면 1000만명은 거뜬하게 넘겼을 거라는 이야기를 꺼냈더니 우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더 안 들었을 것 같은데요? 작품의 엣지가 없어져 평범한 영화가 되어 버렸겠죠. 윤태호 작가의 원작에 있는 장면들이어서 놓치고 싶지도 않았고, 타협할 수도 없었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