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슈레이더 연출 ‘퍼스트 리폼드’

‘퍼스트 리폼드’
고전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각본을 쓴 폴 슈레이더가 각본을 쓰고 메가폰까지 잡은 ‘퍼스트 리폼드’가 11일 개봉한다. ‘그린 북’에 밀리긴 했지만,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영화다.

‘퍼스트 리폼드’는 전통이 250년이나 되지만, 현재는 신도가 10명도 채 안 되는 시골의 쇠락한 교회다. 신도 규모가 5000명에 이르는 ‘풍성한 삶’ 교회의 관리를 받고 있다. 영화는 풍성한 삶 교회 소개로 퍼스트 리폼드에 온 톨러(이선 호크 분) 목사가 겪는 일을 다룬다. 1년간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 톨러는 딱딱한 책상에 앉아 매일을 반성하며 기도하듯 일기를 적어 간다.

톨러는 어느날 신도인 메리(어맨다 사이프리드 분)의 요청으로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은 그의 남편 마이클을 상담한다. 그러다 풍성한 삶 교회가 환경 파괴 기업과 유착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를 제기하지만, 그의 상사 격인 풍성한 삶 교회 목사는 “사회에 적응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되레 면박을 준다. 풍성한 삶 교회 직원 에스더는 그의 사랑을 갈구한다. 톨러는 그런 그를 밀어내면서도, 젊은 메리에게 점차 끌린다. 급기야 일기를 제대로 쓰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른다.

‘비포 선라이즈’ 등 로맨스 연기를 주로 했던 이선 호크는 모순적인 현실에서 괴로워하는 톨러 목사 역을 묵직하게 연기한다. 감독은 스크린 비율을 일부러 4대3으로 촬영해 심리 묘사에 집중했다.

부조리한 현실에서 낙오한 인물이 어떻게 빗나가는지 보여 준다는 점에서 영화는 1976년 작 ‘택시 드라이버’를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이 과거 군대에 있었고, 아픈 기억이 있다는 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다 급기야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 점 등이 판박이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마무리하는 택시 드라이버와 달리 감독은 결말을 열어 뒀다. 톨러의 마지막 선택은 각자 해석하란 의미다. 너무 거칠게 영화를 끝내 버려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다.

베트남전 이후 방황하는 인물을 그린 ‘택시 드라이버’에 비해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목사의 고민은 사실 밀도 자체가 다르다. 택시 드라이버가 당시 사회상을 기막히게 포착한 것과 달리, 영화는 톨러의 고민을 사회문제로까지 연결하지는 못한다. 이선 호크의 연기가 좋았다 하더라도, 택시 드라이버에 비해 여러모로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12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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