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광주비디오’ 오늘 개봉

사라진 발포 전 4시간 흔적 추적
당시 다룬 영상 3편 제작진 만나
5월 광주의 묻힌 역사 찾기 노력
1985년 소설가 황석영이 책임 필자로 출간한 도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첫 집대성한 활자 기록물이었다. 그러나 1980년 5월 광주의 상황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 중 가장 위험했지만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광주의 진실을 그대로 담은 이른바 ‘광주비디오’라고 불린 비디오테이프의 전파였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광주비디오’들의 제작, 전파 과정을 한데 모은 다큐멘터리다. 1980년 5월 당시 여러 외신 기자들은 신군부에 맞서 거리로 몰려나왔다가 참혹하게 학살당한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목숨 걸고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들을 모아 만든 영상들 중 세간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광주비디오’는 총 7편. 그중 영화는 미국 뉴욕 한인들이 제작한 ‘오 광주!’와 독일 ARD 방송국의 기자 위르겐 힌트페터가 촬영한 ‘기로에 선 한국’,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재편집한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의 제작진을 만난다.
다큐멘터리 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에 나온 5·18민주화운동 관련 장면. 1980년대 후반 광주 학살의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시민들.<br>인디플러그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에 나온 5·18민주화운동 관련 장면. 5·18 당시 계엄군의 무차별적인 발포에 희생당한 시신들. <br>인디플러그 제공
영화는 당시 서슬 퍼런 군부 독재의 감시를 피해 진실을 알리려고 분투했던 이들의 모습을 부지런히 좇는다. 광주의 진실에 분노해 불심검문과 체포의 위협에도 전파자와 해설자를 자처했던 해외 교민들과 국내의 학생, 시민들이 희끗희끗한 머리를 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영화의 미덕은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시절 ‘광주비디오’의 전파자들이 지금도 촛불집회 현장에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담는 모습 등을 보여 주며 역사를 기록하려는 사람들의 사명이 무엇인지 환기한다.

영화는 아울러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전남도청 앞에서 군인들이 집단 발포를 하기 직전부터 4시간가량의 영상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그 흔적을 추적한다. 영화 제목이 ‘사라진 4시간’인 이유다. 그 시간만 기록이 비어 있는 것에 대해 영화는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영화의 현재적 의미는 거기서 부여된다. 가장 참혹했을 그 시간의 영상을 되찾는 것, 그것이 5월 광주의 총체적 진실을 밝히는 길이기 때문이다.
1986년 5월 시민들을 대상으로 ‘광주비디오’ 상영회를 개최했던 서울 명동성당의 청년들이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모여 그날의 일을 회고하고 있다.<br>인디플러그 제공
영화를 연출한 이조훈 감독은 5·18 당시 광주에 살던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다. 시민군에게 밥과 물을 나눠 주던 어머니, 도청 앞 고시학원에서 강의를 하다가 계엄군에 구타당한 아버지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 감독은 제작 취지에 대해 “유년 시절의 기억들이 중요한 의미로 자리잡고 있다 보니 다큐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부채의식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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