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공원? 튀긴 관장?… 상하이 ‘칭글리시 전쟁’

인종차별공원? 튀긴 관장?… 상하이 ‘칭글리시 전쟁’

입력 2010-05-04 00:00
업데이트 2010-05-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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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식당에 가서 영어로 된 메뉴판을 펼치면 ‘튀긴 소시지(Fried Sausage)’ 요리를 ‘튀긴 관장(Fried Enema)’이라고 표기해 놓은 것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게 됩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4일 중국 상하이언어사용관리위원회가 상하이 엑스포에 대비해 2년 전부터 중국어식 영어인 ‘칭글리시’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언어사용관리위원회는 60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영어를 구사하는 노련한 정치국 위원 등과 함께 지금까지 1만여개의 잘못된 영어 표지판과 식당 메뉴판 등을 바로 잡았다.

 상하이시의 칭글리시와의 전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칭글리시로 표기된 거리표지판 40만개와 1천300개의 식당 메뉴를 교체한 베이징시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베이징시는 당시 중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항문과병원의 영어 명칭을 ‘Dongda Anus Hospital(동다항문병원)’에서 ‘Dongda Proctology Hospital(동다항문과병원)’로 바로 잡았다.

 또 중국 56개 민족의 전통 가옥과 풍습 등을 전시하는 베이징의 관광명소 ‘민족공원’의 영어 표기도 ‘Racist Park(인종차별공원)’에서 ‘Minorities Park(소수민족공원)’로 정정했다.

 칭글리시와의 전쟁을 주도해온 주미 중국 대사 출신의 자오후이민 베이징시 외사판공실 주임은 “표지판은 유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즐거움을 주기 위해 걸어놓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칭글리시 마니아 입장에서는 칭글리시가 사라지는 것이 절망감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다.

 칭글리시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부를 수도 있는 독일 라디오방송 기자 출신인 올리버 루츠 라트커는 “중국은 상상력을 통한 영어와 중국어의 혼합을 역동적이며 생생한 언어의 표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칭글리시로 쓰인 표지판에 관한 화보를 집필한 라트커는 “만약 모든 표지판을 표준화하게 된다면 공원을 거닐며 낄낄거리며 웃을 기회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중국인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문호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칭글리시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이수하고 있다.

 그러나 칭글리시와의 전쟁에 앞장서고 있는 중국 당국자들은 외국인들의 웃음을 수치심과 동일시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영어 학자인 왕샤오밍은 외국인 동료들이 칭글리시로 표기된 표지판 사진집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을 떠올리고는 수치심과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영어 번역가이자 상하이통번역대학원 교수인 제프리 야오는 칭글리시로 표기된 표지판을 보면 서양인에게 모호할 수도 있겠지만 신선하고 서정적일 수도 있다는 복합적인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서양에서는 ‘Keep Off the Grass(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표지판을 쓰지만 중국에서는 ‘The Little Grass Is Sleeping.Please Don’t Disturb It(어린 잔디가 잠들었어요.괴롭히지 마세요)‘란 표지판을 쓴다”고 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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