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난민촌 된 리비아 벵가지항

임시난민촌 된 리비아 벵가지항

입력 2011-02-28 00:00
업데이트 2011-02-2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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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혈사태를 피해 리비아를 탈출하려는 노동자들이 몰리면서 리비아 제2도시인 벵가지가 임시난민촌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항공기와 선박을 동원,자국민들을 리비아에서 빼내오는데 성공했지만 아시아,아프리카 등지의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 노동자들은 언제 자기네를 태워줄 배가 올지를 위험 속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현재 벵가지 항에는 리비아를 탈출하려는 각국의 노동자 2만여명이 몰려들어 트레일러 등으로 급조된 임시캠프에서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시캠프에는 반카다피 시민군이 경비를 서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이 기관총으로 무장한 채 노동자들을 등록하고 주방이나 병원설비를 들여놓기도 한다.

 주민들이 음료와 비스킷 등을 기부하고 있지만 거주 여건은 매우 열악해 음식이 부족하며 작은 방에서 10명 이상이 잠을 자야 할 정도로 공간도 비좁다.

 한 노동자는 “쌀이 부족해 배가 매우 고프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많은 수는 터키 건설업체가 리비아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고용한 사람들로 베트남,태국,방글라데시,가나 등 국적도 다양하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건설업체 간부 가운데 일부는 리비아 사태가 발발하자 노동자들의 여권을 돌려주는 것도 잊은 채 서둘러 리비아를 빠져나갔다.

 물론 일부 업체에서는 노동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리비아 국가원수 카다피가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하는데 아프리카의 흑인 용병들을 동원하면서 노동자들 중에도 가나와 나이지리아,말리,부르키나파소 등에서 온 흑인들은 리비아에서의 생활이 매우 위험해졌다고 NYT는 전했다.

 흑인 노동자 가운데 일부는 동료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으며 무장 경비원의 보호없이는 다니기가 힘들 정도다.

 또 주민들은 이들이 나타나는 것을 싫어해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물지 못한 채 이리저리 떠돌이 생활을 했다.

 난민촌을 운영하는 리비아 자원봉사자 가운데 한명인 아이드리스 쉐바니는 “리비아 주재 가나 대사가 자신이 뭘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면서 “이 흑인 노동자들을 이곳 임시캠프에 머물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벵가지 항에는 26일에도 비가 오는 가운데 그리스 크루즈선이 도착,일부 노동자들을 리비아에서 탈출시켜 다른 노동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알리 우치치(27)라는 한 나이지리아 젊은이는 자신들은 이 배에 타지 못한다고 들었다면서 “우리를 위한 배가 오는 건지도 확실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자신들을 위한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전했지만 거기까지 갈 방도도 없는데다 소문이 진짜인지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국제정부간 기구인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리비아 이주민은 150만명 가량이지만 사태가 터지고 난 뒤 수십만명이 탈출을 시작,이집트와 튀니지 국경으로 몰렸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자국에서 보내는 전세기나 선박을 통해 리비아를 빠져나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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