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키스를…” 천광청, 힐러리 축하 전화에 감사 표시

“당신에게 키스를…” 천광청, 힐러리 축하 전화에 감사 표시

입력 2012-05-03 00:00
업데이트 2012-05-0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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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6일’ 천광청 中 잔류 결정

중국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은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하루 앞둔 2일 중국 정부로부터 신변 안전과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고 6일간 머물던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나왔다. 중국의 유명 인권운동가가 보호를 요청하며 미국 대사관에 들어갔다가 망명이 아니라 중국에 남기로 결정한 것은, 그것도 중국 당국의 신변 안전 약속을 담보로 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한국계 美국무부 차관보 협상 맡아

천이 미 대사관에서 나와 신병 치료와 가족과의 재회를 위해 베이징 차오양 병원으로 향한 것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전략대화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한 지 6시간 뒤였다. 처음부터 미국행을 요구하지 않았던 천의 쉽지 않은 안전보장 협상은 미국에서 급파된 한국계로 국무부 법률 자문인 해럴드 고 차관보와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가 직접 맡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OK’라는 답변을 이끌어 내기까지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고 이 신문은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자세히 전했다.

천은 6일 전 미 정부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베이징 미 대사관으로 들어갔다고 뉴욕타임스는 클리턴 장관을 수행 중인 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는 그를 도왔고 한시적이라는 전제 아래 대사관에 머물도록 했다.”고 말했다. 천은 미 대사관에 머물면서 단 한 차례도 미국에 망명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미 정부 관계자들은 확인했다. 그는 중국에서 자유롭게 가족과 ‘보통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中 “美내정간섭 사과 요구” 체면치레 항의

천의 운명이 결정된 것은 2일 오후 3시쯤. 클린턴 장관이 이날 오전 9시쯤 베이징에 도착한 지 6시간 뒤였다. 중국 정부로부터 그의 안전보장에 대한 확답을 들은 뒤 게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는 천에게 미 대사관을 떠날 준비가 됐느냐고 물었다. 영어가 서툰 천은 중국어로 짧지만 단호하게 “갑시다.”라며 미 대사관 문을 나섰다. 중국이 미국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 하나에 의지해 대사관을 나선 천은 로크 대사와 함께 차오양 병원으로 향하는 승용차 안에서 클린턴 장관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한 차례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두 사람은 감정에 복받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고 차에 함께 있었던 미 관계자들이 전했다. 전화를 끊기 직전 천은 클린턴 장관에게 “당신에게 키스를 하고 싶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고 한다.

미 대사관에서는 6일간 미국과 중국 정부, 천 변호사 등 3자 간 협상이 진행됐다. 천은 종종 협상장에 들어가 해럴드 고 차관보와 캠벨 차관보의 손을 꼭 잡고 협상을 지켜봤다고 한다. 앞으로 천은 차오양 병원에서 중국인과 미국인 의사의 치료를 함께 받게 된다.

한편 클린턴 장관이 이번에 직접 중국 정부와의 협상에 관여했는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중 정부와 천 사이에 합의된 내용은 먼저 천이 가족과 함께 고향인 산둥성에서 떨어진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천은 대학에서 법을 공부할 수 있게 된다. 또 중국 정부는 향후 천에 대해 어떤 조치들을 취했는지 미국에 알려주기로 약속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천의 안전 보장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CNN은 이 밖에 천의 요구대로 중국 당국이 천과 부인에 대한 폭행 사건을 조사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6일간 中·美·천 변호사 3자 협상

미국 언론들은 천에 대한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와 달리 유연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며 이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이 로크 대사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경비가 삼엄한 미 대사관 문을 나서기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는 미 대사관이 천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내정간섭이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중국 공민을 대사관으로 데리고 들어간 것에 대해 워싱턴이 사과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타협에 앞서 체면치레를 위한 제스처였다는 분석도 일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두 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였는지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절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천이 풀려나기는 했지만 자유롭게 중국의 인권 운동을 위해 일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 내 다른 인권운동가들처럼 여전히 감시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2012-05-0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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