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 사건 일단락…보시라이 처분만

왕리쥔 사건 일단락…보시라이 처분만

입력 2012-09-24 00:00
업데이트 2012-09-24 11:5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올해 중국 정가에 거대한 풍파를 몰고 온 ‘왕리쥔 사건’이 일단락됐다.

24일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선고를 끝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일단락됨으로써 이제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에 대한 처분만이 남았다.

그러나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 그룹)의 선두 주자로 최고 지도부 진입을 노리던 보시라이의 처리 방향은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 있다.

◇ ‘치안 영웅’의 美공관 망명 기도 = 왕리쥔은 보시라이가 충칭시 당서기로 재직 당시 공안국장 신분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이끈 인물이다.

보시라이의 후원을 바탕으로 왕리쥔은 특유의 과단성을 발휘해 성역 없는 수사의 칼날을 휘둘렀다.

충칭시 검찰총장 격이던 원창(文强) 전 사법국장과 충칭시 경찰조직 2인자 펑창젠(彭長健) 공안국 부국장 등 조폭을 감싸던 비리 공무원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국민은 그에게 환호를 보내며 ‘충칭 포청천’ ‘치안 영웅’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도 붙여줬다.

이후 부성장급인 충칭시 부시장직까지 겸직하게 된 그는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2월 2일 충칭시는 돌연 왕리쥔을 공안국장에서 해임했다. 며칠 뒤인 2월 8일에는 왕리쥔이 건강 문제로 병가를 냈다는 발표가 나왔다.

사실 왕리쥔은 2월 6일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진입해 망명을 신청했다가 망명 의사를 번복하고 7일 미국 총영사관을 나와 국가안전부에 신병이 넘어간 상태였다.

당시만 해도 뭔가 사건이 벌어진 것이 분명해 보였지만 진상을 오롯이 아는 이는 보시라이 일가와 충칭시 공안국의 몇몇 간부들 뿐이었다.

미국 국무부가 9일 뒤늦게 왕리쥔의 총영사관 ‘방문’ 사실을 공식 확인하자 중국 안팎에서는 그제야 왕리쥔의 망명 기도설이 급속히 퍼졌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보시라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영국인 독살 사건이 왕리쥔 망명 기도의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극소수에 그쳤다.

왕리쥔은 국가안전부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구카이라이가 자행한 살인 사건을 포함, 보시라이 일가의 비리 행각을 낱낱이 상부에 고발했다.

닐 헤이우드의 혈액 샘플, 구카이라이의 범행 자백 녹음 파일 등 결정적 증거를 갖춘 왕리쥔의 제보를 바탕으로 중국 지도부는 특별 조사팀을 발족시켰다.

결국 구카이라이는 살인 혐의로 공안에 체포됐다.

최고 지도부 진입을 꿈꾸던 남편 보시라이는 지난 3월 충칭시 당서기 직에서 전격 해임됐고 이어 당 중앙정치국원, 당 중앙위원 자격도 정지당한 상태에서 당 감찰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 보시라이 형사처벌 받나 = 이제 관심은 온통 ‘몸통’인 보시라이가 어떤 처분을 받게 될 것인가에 쏠린다.

지난달 열린 구카이라이의 재판까지만 해도 보시라이가 출당 등 당내 처분만을 받고 연금에 처해지는 ‘자오쯔양(趙紫陽) 전 서기’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구카이라이 재판에서 보시라이의 역할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구카이라이의 혐의가 살인죄에만 국한돼 뇌물 수수, 재산 해외 도피 등 보시라이 일가의 비리상에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왕리쥔 재판에서 심상치 않은 반전이 이뤄졌다. 보시라이가 왕리쥔으로부터 아내 구카이라이의 살인 행각의 진상을 보고받고도 이를 은폐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신화통신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보시라이는 1월말 구카이라이 살인 사건의 진상을 보고한 왕리쥔의 뺨을 때리고 그를 공안국장 자리에서 쫓아냈다. 보시라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왕리쥔의 수하 여러 명을 불법 체포했다.

왕리쥔 변호인의 전언에 따르면 이번 재판에서는 보시라이의 이름도 직접 거명됐다.

보시라이의 행적만을 놓고 보면 그의 처벌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보시라이가 중국의 핵심 지도자 그룹인 당 정치국원의 일원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최고 지도부의 합의 결과에 따라 그의 신병 처리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보시라이 처리 방향을 놓고 중국 지도부 안에서는 여전히 당내 계파와 이해관계에 따라 이견이 공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8차 당대회를 앞두고도 아직 유동적인 정치국 상무위원 및 주요 당·정·군 인선 문제를 놓고 태자당, 상하이방, 공산주의청년단파 간 물밑 경합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보시라이 처리 문제도 이와 연결돼 중요 변수로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하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18차 당대회 이후에도 군권을 틀어쥐는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일정 기간 유지하려고 보시라이 사건을 처리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보시라이 처리 문제에서 일정한 양보를 하는 대가로 정치적인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관영 신화통신이 19일 왕리쥔 재판 방청기를 상세히 전하면서 보시라이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충칭시 공산당위원회 주요 책임자’라고 지칭한 것은 이런 미묘한 중국 정가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다.

결국 보시라이 신병 처리 문제는 18차 당 대회 직전 열릴 17기 17중전회 전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