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사회 ‘자부심반 아쉬움반’

흑인사회 ‘자부심반 아쉬움반’

입력 2013-01-22 00:00
업데이트 2013-01-22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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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사는 그레고리 브라운(59) 목사는 1968년 4월4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되자 평생 사회정의를 좇으며 살겠다고 다짐하며 목회자의 길로 뛰어 들었다.

4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상 첫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그는 대다수 흑인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성이 피부색을 뛰어넘는 킹 목사의 꿈과 완전한 사회적 통합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잔뜩 기대했다.

조그만 루터파 교회를 이끄는 그는 “1기 취임 연설을 들으며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킹 목사가 쓰던 성경책에 손을 올리고 2기 취임 선서를 했다.

킹 목사의 숭고한 정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런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는 미국 흑인사회의 심경은 다소 복잡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가 ‘변화’를 기치로 대통령이 됐음에도 4년간 흑인들이 처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흑인사회 지도자들이 오바마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실망감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NYT와의 인터뷰에 응한 흑인 지도자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4년간 흑인들의 삶의 질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흑인 가정의 아이들이 여전히 다른 인종에 비해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운 목사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이 지역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지원과 안전, 직업이 필요한 빈민가의 생활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고 강조했다.

물론 오바마에 대한 흑인들의 지지는 4년 전과 다를 바 없고 이는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확인됐다.

오바마를 향한 비판적 시각에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에 주력하는 세력이 있다며 적극적인 방어막을 치기도 한다.

흑인사회 전반에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기 취임식이 열린 이날도 수 천명의 흑인들이 워싱턴DC를 찾았고 미국 전역의 흑인 공동체에서는 다양한 축하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이는 겉모습일 뿐 흑인사회 지도자 대부분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인종 간 긴장이 완화됐다거나 미국이 인종 문제가 완전히 극복된 새로운 사회로 진입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랜달 케네디 하버드대(법학) 교수는 교도소 수감자 비율이나 전반적인 빈곤율 등 흑인사회가 중요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 정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다소 소심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에서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흑인사회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는 것”이라며 “사실 흑인들은 오바마가 처한 한계를 인정하며 엄청난 인내와 절제, 이해심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1기 임기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오바마의 장악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내놨다.

‘흑인 엔테테인먼트 TV’의 최고 경영자인 데브라 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사안을 주도하면서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흑인이 대통령이 됐음에도 흑인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인식은 개선되지 않았다. AP통신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최근 4년간 흑인에 대한 편견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흑인사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2기에는 인종적, 경제적 평등과 기본권 신장 등 킹 목사가 추구했던 의제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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