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동침 4년 잡음은 없었다 존중만 있었다

적과 동침 4년 잡음은 없었다 존중만 있었다

입력 2013-01-28 00:00
업데이트 2013-01-2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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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줄 알라”던 힐러리 美국무, 오바마 최고 도우미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주 퇴임한다. 영부인 출신 첫 장관인 클린턴은 지난 4년 간 112개국을 방문했고, 비행기로 움직인 출장 거리만 지구 둘레의 40배인 160만km에 이르는 등 살인적 일정을 소화했다.

클린턴의 장관직 수행은 미국 정치사에 의미 있는 역사로 남을 만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그는 정적(政敵)의 악연을 털고, 행정부 내 상하관계이자 국정 동반자로 힘을 모으는 새로운 화합 모델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클린턴은 대세론을 구가하고 있었지만, 경선 시작과 함께 오바마 바람이 불면서 이전투구가 펼쳐졌다. 당시 클린턴이 공개 석상에서 “버락 오바마, 당신 부끄러운줄 알아라”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을 정도다. 하지만 클린턴은 경선 패배 이후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고, 선거운동을 도왔다.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 이후 보은과 지지층 통합 차원에서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기용했다. 오바마가 클린턴에게 장관직을 제의한 것도 놀라웠지만 클린턴이 선뜻 ‘오바마의 각료’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정적에서 상하관계로 변신한 두 사람이 과연 불협화음 없이 국정을 이끌지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기우로 판명됐다.

클린턴은 장관으로서 행정부 수장인 오바마 대통령을 깍듯이 예우했고 정치적 발언을 삼갔다. 지난 4년 간 클린턴이 오바마에게 반기를 들었다거나 권력투쟁을 벌인다는 소문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클린턴이 주요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도 일절 반응을 삼갔다.

오바마도 클린턴을 존중했다. 2011년 3월 오바마가 리비아 사태 개입에 머뭇거리고 있을 때 유럽 순방 중이던 힐러리가 전화로 오바마에게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건의하자 오바마가 즉각 수용한 게 단적인 예다.

오바마가 곧 이임하는 클린턴과 25일(현지시간)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가진 것도 클린턴에 대한 배려를 보여준다. 오바마가 함께 인터뷰를 가진 사람은 부인 미셸 이후 클린턴이 처음이다.

오바마는 CBS 인터뷰에서 옆 자리의 힐러리를 쳐다보며 “지난 4년간 우리는 놀랍도록 잘 협력했다”면서 “그녀가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힐러리는 “우리는 아주 치열한 경선을 치렀기 때문에 지금처럼 이런 자리에 함께하리라국 상상은 할 수 없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내게 국무장관을 제의하고 내가 응했던 것은 우리 둘 다 조국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3-01-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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