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갈등 조장ㆍ피장파장식 보도’에 일침

오바마 ‘갈등 조장ㆍ피장파장식 보도’에 일침

입력 2013-01-28 00:00
업데이트 2013-01-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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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안 가리고 양비론 고수하면 국민에 혼란유명 시사주간지 인터뷰에서 작심한듯 털어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요즈음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미 시사 격주간지 더 뉴 리퍼블릭(The New RepublicㆍTNR) 최신호(2월 11일 자) 인터뷰에서다.

보수ㆍ진보 미디어는 물론 중도적인 매체까지 싸잡아 ‘대결적 보도’ 집착이 정치적 합의나 타협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TNR는 크리스 휴즈 소유주 겸 출판인과 프랭크 포어 편집인이 최근 백악관에서 한 오바마 대통령 인터뷰를 27일(현지시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위기 타개, 총기규제 강화, 이민법 개정 등 2기 행정부 주요 국정과제에 관해 자신의 구상을 밝히던 중 야당 공화당(하원 다수당)과의 협력 필요성 질문을 받으면서 언론을 도마 위에 올렸다.

오바마는 지금 워싱턴 정가에 만연한 험악한 분위기에 묻히기보다 무언가 이루려는 공화당 의원이 많이 있다며 민주당이나 공화당 의원과 사적으로 얘기해보면 서로 친분을 쌓으면서 초당적이고 생산적인 법안을 만들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문제는 이런 선의의 의원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각하며 합의점을 찾게 유도하는 (소통)구조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미디어가 토론(논쟁)을 어떤 모양으로 만드는가”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일 공화당 의원이 민주당 의원과 공동의 이익을 위한 법안을 놓고 협력할 때 폭스뉴스(극우 성향의 뉴스전문채널)나 러시 림보(보수 논객)의 맹공을 받지 않는다면 일이 그런 식(초당적)으로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지난해 말 재정절벽(감세 혜택 종료와 정부지출 자동삭감에 의한 경기 급강하) 타개 협상에서 정말 타협을 원했으나 공화당 평의원들이 지도부보다 더 보수적이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베이너는 공화당 원칙(작은 정부ㆍ균형예산)을 양보하면서 오바마에게 협조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오바마는 민주당 내부 사정도 공화당과 비슷했지만 좌파 성향의 언론이 타협을 ‘더러운 단어(dirty wordㆍ금기어)’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정도만 달랐다고 말해 진보 매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적어도 자신과 같은 지도자들이 이 같은 당내 절대주의적 요소들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나는 절대주의(absolutism)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미 역사를 돌이켜볼 때 나는 어느 한 당이 지혜를 독점해왔다고 믿지 않는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더 비판받아야 할 때 민주당과 공화당을 똑같이 비난하는 중도 매체의 보도 행태도 문제 삼았다.

당파성을 초월했다는 매체조차도 ‘그는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저렇게 말했다(He said, She said)’ 저널리즘을 고수함으로써 국민이 지금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인은 불편부당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옳게 판단한다고 여긴다”면서도 “디폴트(국가부채 법정 한도 초과로 인한 채무 불이행) 위기까지 ‘피장파장(a plague on both their houses)’으로 보도한다. 이러 식이면 거의 모든 이슈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오바마는 상원의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나 미디어에서 관심 끄는 언행 등 미 국민이 바라는 것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텔레비전으로 ‘내가 다른 당의 동료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는 대신 서로 이름을 부르며 가장 이상한 것을 떠드는 장면을 시청한다는 것이다.

그는 심지어 지난해 10월 말 허리케인 샌디가 미 동부를 강타했을 때 자신과 협조한 크리스 크리스티(공화) 뉴저지 주지사가 공화당 의원들과 보수 매체로부터 뭇매를 맞은 점을 상기시켰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너무 많은 일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면서 워싱턴 정치게임이 아닌 국민과의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내전과 관련해 매일 아침 대통령 일일 브리핑(PDB)과 정보기관ㆍ국가안보팀을 통해 정보를 보고받고 있으나 전쟁ㆍ테러ㆍ민족 충돌ㆍ폭력사태 등이 대부분이고 희소식은 드물다면서 내가 고심해야 할 것은 미국이 국익과 안보, 인류애 차원에서 언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이런 결정을 할 때 나는 미국의 놀라운 강점과 능력 뿐만 아니라 한계까지 유념한다”며 “시리아와 같은 상황에선 우리가 변화를 줄 수 있는지, 군사적 개입이 효과가 있을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지원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화학무기 사용 등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건 아닌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더 뉴 리퍼블릭(TNR)= 1917년 창간된 진보 성향의 TNR는 발행 부수가 5만여 부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등이 즐겨 읽었으며 조지 오웰 등 유명 작가의 글들을 게재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설립한 휴즈(29)는 지난해 3월 TNR를 인수했으며 28일부터 새롭게 디자인된 잡지를 발행한다.

그는 태블릿PC를 통한 잡지 배포 등 최신 미디어와 전통 미디어를 결합하는 전략을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휴즈는 2008년 대통령 선거 때 소셜 네트워킹 웹사이트 ‘마이 오바마 닷컴’을 운영하는 등 오바마와 친분을 맺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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