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닮았다’ 베를루스코니 동생 인종차별 발언

‘형제는 닮았다’ 베를루스코니 동생 인종차별 발언

입력 2013-02-07 00:00
업데이트 2013-02-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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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밀란 부구단주, 발로텔리에 ‘흑인 꼬맹이’…정치적 꼼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앞서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공개 옹호한 데 이어 이번에는 그 남동생이 아프리카계 축구선수를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들 베를루스코니 형제의 잇따른 실언에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극우파 표심을 노린 형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AC밀란의 부구단주인 파올로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3일(현지시간) 최근 새로 영입한 마리오 발로텔리 선수의 출전을 앞두고 밀라노의 경기장을 찾아 관중을 향해 “이제 우리 가족의 ‘흑인 꼬맹이(little black boy)’를 보러 가자”고 외쳤다.

’흑인 꼬맹이’는 과거 식민지 시대 백인들이 아프리카 출신 노예를 부를 때 쓰던 표현으로 인종차별주의적 함의를 갖는다.

파올로의 발언은 당시 일부 관중 사이 조소를 자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아랍계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주의가 유독 심각한 이탈리아에서는 축구경기 중에도 관중이 흑인 선수를 향해 원숭이 울음소리를 흉내 낸 조롱과 야유 등을 퍼붓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부구단주인 파올로가 나서 발로텔리를 웃음거리로 만든 이번 사건은 당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국내외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파올로의 이번 발언이 정치판에 복귀를 꾀하는 형을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총리직 4선에 도전하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로서는 그 어떤 사회적 잡음도 자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긴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를 통해 극우파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면 더욱 환영한다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당(PdL)은 애초 여론조사에서 중도좌파인 민주당(PD)에 뒤졌으나 최근 지지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

그는 앞서 지난주 밀라노에서 열린 홀로코스트(나치 유대인 대학살) 추도식장에서 무솔리니의 업적을 치하하는 발언을 해 나라 안팎의 거센 비난을 사기도 했다.

아울러 AC밀란이 발로텔리 선수를 영입한 배경에서부터 유색인종 유권자를 끌기 위한 구단주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신문은 앞서 발로텔리의 이적계약 직후 베를루스코니를 선거 운동을 하는 AC밀란 유니폼 차림의 흑인 남성으로 풍자한 만화를 실었다.

베를루스코니 측은 발로텔리 영입을 둘러싼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남부 시칠리아 태생으로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 선수이기도 한 발로텔리는 서아프리카 가나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앞서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에서 활동했다.

발로텔리는 파올로의 이번 발언에 대해 아직 공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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