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 왜 퇴위 결심했나

교황 베네딕토 16세 왜 퇴위 결심했나

입력 2013-02-12 00:00
업데이트 201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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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따라 자진 퇴위…직무수행 어려워 결단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전격적으로 퇴위를 결정한 것은 교회법에 따라 자유의지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4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 265대 교황으로 즉위한 베네딕토 16세는 당시 이미 78세의 고령으로 1730년 교황 클레멘스 12세 이후 최고령의 교황으로 선출됐다.

앞서 교황은 기회 있을 때마다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또 영적으로 교황 업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황은 지난 2010년 11월 “교황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황은 물러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의무라 할 수 있다”고 말해 언제든지 퇴위할 준비가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가톨릭 성직자 성추문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일부에서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퇴위를 촉구한 바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위기에서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평화시에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때 물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의 건강 악화로 퇴위 요구가 대두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와 혼란이 빚어졌던 사례를 기억하는 베네딕토 16세는 더 건강이 악화하기 전에 자진 퇴위를 발표함으로써 가톨릭 교회의 안정을 유지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요한 바오로 2세 스스로도 80세였던 지난 2000년 당시 건강 문제로 퇴위를 고려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그의 사후 밝혀진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왕성한 활동을 펴왔다. 세계 각지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바티칸에서 열리는 미사를 거의 빠짐 없이 집전했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아온 교황은 지난 2011년 10월 처음으로 이동식 연단을 사용했다. 지난해 3월에는 공식 석상에서 지팡이를 사용했다. 이후 교황은 노쇠하고 피로한 징후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교황의 85회 생일을 지나면서 베네딕토 16세가 자진 퇴위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돼 왔다.

가톨릭 역사에서 스스로 퇴위한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1294년 셀레스티노 5세가 취임 5개월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1415년에는 그레고리 12세가 유럽교회의 대분열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에서 마지못해 퇴위했다.

그레고리 12세 이후 생존시에 자진 퇴위하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가 처음이다.

앞서 가톨릭 관계자들은 교황이 퇴위할 경우 수도원에 머물면서 대중으로부터 완전히 모습을 감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현재 독일에 살고 있는 형 게오르크 라칭거와 돈독한 우의를 유지하고 있다. 게오르크는 동생인 교황의 건강을 염려하는 발언을 여러차례 했다. 그의 사임 발표 직후에도 게오르크는 독일 언론에 “동생의 나이로 볼 때 그는 이제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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