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총기 소지율 높을수록 자살률 높다”

“美서 총기 소지율 높을수록 자살률 높다”

입력 2013-02-15 00:00
업데이트 2013-02-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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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사망자 3분의 2가 자살…규제 논의서 간과

미국 와이오밍주에 사는 클레이그 라이커트가 어느 겨울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아들 캐머런(17)은 마루에 엎드린 상태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릎 밑에 권총을 내려놓고서는 잠에 깊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요원은 심폐소생술을 권했지만 응급처치 전문가인 라이커트는 이미 때가 늦었음을 알고 있었다.

캐머런이 사용한 권총은 다이아몬드와 함께 증조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라이커트 집안의 ‘가보’였다.

라이커트 가족은 가끔 사냥을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이 권총을 침대 밑에 보관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집에 총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다고 한다.

그는 3대째 내려오는 가보가 아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도구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총을 안전한 곳에 두거나 별도의 보관함을 마련하지 않은 데 대해 두고두고 가슴을 쳤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최악의 총기 참사가 발생한 이후 미국에서 전개되는 총기규제 논란은 공격용 무기의 소지를 막아 대량살상을 방지하는 쪽에 집중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총기에 의한 타살자보다 자살자가 더 많은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논의와 대책 마련이 더욱 절실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미국 연방 질병통제센터(CDC)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해 동안 미국에서 총기 때문에 사망한 사람 3만명 가운데 67%인 2만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3년 이후 미국에서는 자살률이 12% 증가했다. 현재 10대의 사망 요인 가운데 자살이 3위를 차지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총기를 이용한 자살 시도는 다른 어떤 방법보다 치사율이 높다는 점이다.

하버드대 부상통제연구센터(HICRC)는 보고서에서 알약 등을 이용한 자살 시도는 치사율이 2%에 불과한데 비해 총기가 사용된 경우는 85%가 사망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총기 소지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자살률도 높다.

미국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3곳이 와이오밍과 몬태나, 알래스카주 등인데 이들 지역은 인구당 총기 소지자가 가장 많다.

주정부 통계로는 집에 총기 있는 것과 자살이 많은 현상을 연결짓기 어렵지만 1990년대 초반 이후 개별 전문가들의 논문을 보면 보면 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집에 총기가 보관된 집일수록 자살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CDC 산하 국가부상예방통제센터 설립을 주도한 역학 전문가인 마르크 로젠버그 박사는 “집에 총기를 들여놓는 것은 시한폭탄을 갖고 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통계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총기가 가족을 보호하는 대신 불행을 안길 확률이 더욱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론도 제기한다.

기존의 연구 결과가 총기 소지와 자살 간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데다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남용 등의 다른 요인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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