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온다’…美 전철연장 놓고 인종갈등

‘흑인 온다’…美 전철연장 놓고 인종갈등

입력 2013-02-21 00:00
업데이트 2013-02-21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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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전철이 들어오면 집값이 내려간다’는 말이 있다.

전철을 이용해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주로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과 서민층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제품을 가장 싸게 판다는 월마트도 고가 주택에 사는 백인들에게 기피 대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국은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해 전철을 운행하는 대도시들의 부촌은 대부분 자동차로 30분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백인들이 소수인종과 섞이기 싫어하는 심리는 학군 배정에서도 그 이기적인 속살을 드러낸다.

조지아주에서 가장 잘 사는 동네라는 애틀랜타 북부 존스크릭의 한 초등학교에는 아파트에 사는 학생이 없다.

”아파트 사는 아이들이 오면 학교 질이 떨어진다”는 백인 학부모들의 반대로 학교 앞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은 통학버스로 10분여 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알 수가 없는 한국의 ‘기러기 부모’들이 ‘백인학교’라는 지레짐작에 근처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잡았다가 분통을 터트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AP 통신은 애틀랜타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빈부 분리’ 문제가 인종갈등으로 비화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애틀랜타 서민의 발인 전철(마르타) 개혁 법안이 갈등의 발단이 됐다.

전철 노선을 북부 부촌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이 법안이 상정되자 조지아주 정치인들이 지역과 인종으로 나뉘어 낯 뜨거운 찬반 격론에 휩싸였다.

인구가 느는 곳에 전철역을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순서지만 백인 밀집 도시들은 “전철이 생기면 흑인 인구가 유입되고 지역 치안이 불안해질 것”이라며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종과 지역 대결 앞에선 소속 정당도 의미가 없다. 전철 노선 연장을 주장하는 쪽에는 공화당 정치인들도 있다. 법안 발의자인 공화당의 마이크 제이컵스 하원의원은 “전철 때문에 동네가 위험해진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뉴욕을 그 예로 들었다.

이에 반대파는 전 세계 부자들이 도심인 맨해튼에 몰려 사는 뉴욕과 다른 대도시를 비교하는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애틀랜타 북부 노스 풀턴 카운티에 거주하는 백인 테리 파커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나의 세금이 (흑인 밀집 도시인) 애틀랜타 대중교통에 쓰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스 풀턴 카운티는 주민의 75%가 백인인 반면 애틀랜타 시는 흑인이 주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도시다.

이 카운티에선 지난해 말 월마트가 매장을 열려는 데 반발한 백인 주민들이 저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지 부동산 사업가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에서 전철과 아파트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그야말로 좌절과 빈곤의 상징이 됐다”며 “게다가 경기침체로 소수인종을 대하는 백인사회의 정서가 나빠져 마르타 연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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