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에 여성은 없다…사제 서품조차 불허

교황 선출에 여성은 없다…사제 서품조차 불허

입력 2013-03-11 00:00
업데이트 2013-03-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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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아닌 콘크리트 천장” 비판 속 역할 확대 기대도

바티칸이 12일부터 시작하는 콘클라베(새 교황을 뽑는 추기경단 비밀회의)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준비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 가운데 여성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의식에 쓰일 테이블보를 만드는 여성 재봉사들이 고작이다.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 행사 자체도 남성 추기경들의 전유물이다.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여성 사제 서품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으로 비공식적으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바티칸에서 제명된 제니스 세브르-더스진스카는 “세계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의견을 듣지 않으려 하는 것은 정말 실망스런 행위”라며 교황을 오직 남성들만 선출할 수 있다는 생각 역시 “엉터리”라고 비난했다.

그는 사제복을 입은 채 바티칸에서 시위하다 곧바로 경찰에 잡혀가기도 했다. 경찰은 “그가 이런 옷을 입을 권한이 있는지 조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사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인 가톨릭 교리를 철저히 따르면서 진보적인 ‘페미니스트’ 수녀들을 억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선출될 새 교황이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얘기할 길을 터주고, 한발 더 나아가 여성 사제라는 뜨거운 이슈까지 건드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인정하지 않지만 전설에 따르면 중세 시대 여성 교황이 선출된 적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교황 조안’(Pope Joan)으로 알려진 그는 여성임을 숨기고 교황이 됐다. 하지만 임신에 이어 출산까지 하자 분노한 추기경들이 그의 발을 말꼬리에 묶어 로마 시내 거리를 끌고 가다 결국 죽게 했다고 한다.

여성 사제 서품을 옹호하는 활동가들은 성직자들의 성 추문, 바티칸 은행의 사기 의혹 등 최근 드러나고 있는 교회의 여러 스캔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여성에게 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학자인 크리스티나 시모넬리는 “전반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교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여성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믿음과 실천’의 크리스틴 앤더슨은 “바티칸은 현실과 교감이 안 된다.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논의에 감히 참여하려는, 소위 급진적인 수녀들을 질책한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더 믿음이 강하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바티칸에서 일하는 직원들까지 모두 남성인 것은 아니다. 비서나 예술품 복원 전문가, 기자 등 약 20%가 여성이고 그들은 남성과 똑같은 보수를 받고 일하고 있다.

하지만 고위직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교회법에 따르면 오직 사제로 임명된 자들만 고위직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티칸의 여성들’이란 책의 저자인 구드런 세일러는 이를 두고 “바티칸에선 여성들이 유리천장이 아니라 한층 강화된 콘크리트 천장 아래에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여성사제서품회의’(Wemen’s Ordination Conference)의 에린 사이즈 한나 대표는 “현재의 콘클라베 시스템은 ‘올드 보이 클럽’”이라며 “바티칸의 결정은 전 세계 여성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제 여성과 대화하고, 여성이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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