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중시’ 日 관료주의, 쓰나미 복구 장애물

’절차 중시’ 日 관료주의, 쓰나미 복구 장애물

입력 2013-03-11 00:00
업데이트 2013-03-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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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시설 세우려 해도 곳곳 난관…30만명 여전히 임시거처 생활

일본 이와테(岩手)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에서 종자 가게를 운영하는 사토 데이치 씨는 2년 전 덮친 쓰나미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가게를 손수 복구했다.

나이 많은 손님들을 위해 난간을 설치하고 물 새는 지붕도 고쳤으며 온실도 다시 세웠다. 무엇보다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를 쓰나미에 재빨리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도 마련했다.

사토 씨는 “정부가 주는 보조금을 마냥 기다리느니 내 힘으로 가게를 직접 고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새집과 가게를 지을 수 있는 보상 토지를 언제쯤 받을 수 있을지도 알지 못한다. 정부는 오래전 보상 약속을 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일본 대지진·쓰나미 2주년이 되는 11일자 기사에서 이러한 사토 씨의 사례를 전하면서 “일본의 행정 시스템이 얼마나 마비됐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이지만 지진·쓰나미 복구 상황은 비슷한 재해를 겪은 아이티나 파키스탄 같은 수준이다.

사토 씨 가족처럼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는 주민이 30만 명에 달하고 재해 복구 예산 2천660억 달러도 복구 작업 지연으로 다시 국고로 들어갈 판이다.

이와테(岩手)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의 도바 후토시 시장은 인터뷰에서 “융통성없는 관료주의, 리더십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리쿠젠타카타시는 재해 복구의 첫 프로젝트로 빈민층, 고령자를 위한 공공주택 및 새 경찰서, 소방서 건설 계획을 세웠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업자들이 건설을 시작하려고 나무들을 베어내려 했을 때 일본 농림수산성은 삼림관리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며 6개월을 기다리라고 시 당국에 요청했다.

슈퍼마켓 건물을 세우려던 토지는 애초 농업용으로 지정된 곳이어서 허가를 받으려면 역시 오랜 절차를 거쳐야 했다.

땅을 파려면 문화재 당국의 허가를 받아 반드시 사전 발굴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혹시 문화재가 묻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바 시장은 “일본은 정말로 규율에 얽매여 있는 국가다. 하지만 비상 상황이라는 게 있고, 지금이 바로 그때 아니냐”고 반문했다.

토지 수용권(정부가 사유지를 필요에 따라 몰수할 수 있는 권한)도 일본에선 통하지 않는다.

시의 도시계획 담당자인 야마다 쓰요시는 “누군가가 자기 땅을 팔지 않겠다고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고개 숙여 애원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정권을 잡은 일본 자민당도 이런 문제점과 비판을 인식하고 있다.

네모토 다쿠미(根本匠) 부흥상은 “복구 단계, 단계별로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해 복구 작업을 서둘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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