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엄마품서 일곱살 아들 구조해 보니

숨진 엄마품서 일곱살 아들 구조해 보니

입력 2013-04-22 00:00
수정 201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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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四川)성 지진 현장은 폭탄이 떨어진 전쟁터를 방불하듯 폐허로 변했다. 무너진 집에 깔린 가족을 구해내려고 주민들이 부상을 무릅쓰고 맨손으로 잔해더미를 파헤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특히 산악지대의 상당수 마을이 고립된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어 피해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진앙지인 루산(蘆山)현을 비롯한 야안(雅安)시 일대에 피해가 집중됐다. 특히 루산현과 인근 바오싱(寶興)현은 도시와 산간 마을 전체가 초토화됐다. 루산현의 경우, 1만채가 넘는 거의 모든 주택이 무너져 내려 사실상 평지로 변했다. 이들 지역은 해발 1000~5000m의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어 구조대의 접근도 쉽지 않다. 구조작업에 투입된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등 1000여명이 도보로 겨우 전날 밤부터 바오싱현에 들어가기 시작했으나 산사태 등으로 구조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전 구조대원들이 탄 굴착기가 300m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희생되는 사고까지 겹쳤다.

인구 4만명의 링관(靈關)진에서는 부상자들이 후송되지 못하고 간이 병원에서 마취약도 없이 수술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 의료대를 이끌고 있는 야안시 인민의원 부원장은 “임시 수술 천막을 세워 일부 간단한 수술을 하고 있지만 마취약이 없다 보니 부상자들에게 나무 막대기를 물리고 수술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타까운 사연과 뭉클한 감동 스토리도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5년전 쓰촨대지진 당시 아들을 잃은 루징캉(陸靜康·50·여)은 이번 지진으로 또 다시 고등학생 딸을 잃었다. 일곱살 난 아들을 품에 안아 살려낸 어머니, 맨손으로 여섯시간 동안 잔해를 헤쳐가며 마침내 아들을 구해낸 아버지 등의 감동적인 사연들이 절망 속의 중국인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전날 오후 늦게 폐허가 된 집에서 발견된 저우한쥔(鄒漢君·49·여)은 이미 숨진 상태였지만 품 속의 아들 양푸전(楊福珍·7)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아 놀라운 ‘모정’을 입증했다.

쓰촨대지진 당시 ‘일방유난 팔방지원’(一方有難 八方支援·한 곳이 어려우면, 팔방이 돕는다)이라며 한마음이 돼 구호 및 모금활동에 나섰던 중국인들은 이번에도 똘똘 뭉쳐 재난 극복에 나섰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에는 “자유(加油·힘내라)!! 야안” 등의 글이 넘쳐나고, 현장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쓰촨성 정부가 원활한 구호 활동을 위해 차량통행을 금지시켰을 정도이다. 실제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불과 수㎞를 이동하는 데 4∼5시간이 걸리는 등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쓰촨대지진 때와 같은 대규모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는 점이다. 중국 지진국 관계자는 “향후 수일간 여진이나 산사태가 발생할 것이어서 추가 피해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수천명, 혹은 수만명의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2010년 발생한 규모 7.1의 칭하이(靑海)성 위쑤(玉樹)현 지진의 경우, 첫날 100~200명 수준이었던 사망자 규모가 시간이 지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2600여명까지 확대된 바 있어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두(쓰촨성)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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