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원숭이도 사회규범 따라 행동

고래·원숭이도 사회규범 따라 행동

입력 2013-04-27 00:00
업데이트 2013-04-2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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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어미 아닌 집단 행동 모방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보고 대세를 따르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원숭이와 혹등고래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NBC 뉴스가 26일 사이언스지에 실린 두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 과학자들은 야생 버빗원숭이를 네 집단으로 나눠 각기 다른 색깔로 염색한 옥수수를 먹이로 선택하는 훈련을 시켰다.

이 가운데 어떤 집단에는 파란색 옥수수 알갱이에 쓴맛이 나는 첨가제를 섞어 원숭이들이 분홍색 알갱이만 골라 먹게 됐고 다른 집단에는 거꾸로 분홍색 알갱이에 쓴맛을 내 파란 옥수수만 골라 먹게 했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에서 새끼들이 젖을 떼고 단단한 먹이를 먹게 되자 여러 색깔이 섞였지만 쓴맛 첨가제는 안 든 옥수수 통을 놓아두었다.

이때도 어미 원숭이들은 원래 골라 먹던 먹이만 먹었고 27마리의 새끼중 26마리는 맛을 보지도 않고 어미의 행동을 따라 했다.

그러나 이들을 식습관이 다른 집단으로 옮겨 놓자 많은 새끼가 새 동네 원주민 집단의 행동을 따라 했다.

심지어 짝을 찾던 수컷 10마리는 제가 먹던 것과는 다른 먹이를 먹는 새로운 집단에 끼어들어 간 어색한 처지가 됐지만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먹이를 원주민들의 것으로 바꿨다.

연구진은 이를 “로마에서는 로마인들을 따른다”는 본능으로 설명하면서 낯선 집단에 들어간 원숭이들이 이질적인 존재로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며 장차 구애하게 될 암컷 원숭이들의 호감을 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영장류 전문가는 “원숭이들이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수준의 체제 순응을 보여준다는 충격적인 연구”라면서 “영장류는 지금까지 소규모 실험에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문화적인 동물”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같은 대학의 다른 연구팀은 미국 뉴잉글랜드 연안의 혹등고래를 관찰한 결과 역시 이와 비슷한 사회적 학습의 증거를 발견했다.

혹등고래들은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청어가 사라지면 까나리로 먹이를 바꾸는데 이들은 까나리 떼를 한 곳에 모으기 위해 꼬리로 수면을 후려친 뒤 잠수해 까나리떼에 마치 어망 같은 형태로 공기방울을 뿜어낸 뒤 무리를 향해 돌진해 삼킨다.

27년간 혹등고래를 관찰해 온 과학자들은 이런 꼬리 후려치기 행동이 다른 고래 집단에도 유행처럼 번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혹등고래 650마리를 대상으로 언제 어떤 고래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연대별로 기술한 아주 오래된 기록을 통해 꼬리 후려치기 사냥기법이 고래 집단 전체로 확산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런 기법이 혹등고래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유는 분명치 않다면서 이런 기법을 사용하는 개체들이 그렇지 않은 것들보다 건강하거나 새끼를 많이 낳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자료와 일치하는 단 하나의 모델은 이들이 사회적인 학습을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혹등고래들은 유전적 본능이라거나 어미로부터 배우기보다는 주변의 다른 혹등고래들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새로운 행동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간의 행동 역시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다른 이들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욕구는 다른 영장류나 더 큰 포유동물, 어쩌면 조류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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