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조弗 외환시장 환율 10년이상 조작”<블룸버그>

“하루 5조弗 외환시장 환율 10년이상 조작”<블룸버그>

입력 2013-06-13 00:00
업데이트 2013-06-1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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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로이터 환율 시스템에 의혹 집중…英 당국 “조사중””도이체방크ㆍ씨티ㆍ바클레이스ㆍUBS 등이 시장 좌지우지”소식통들 “환율 조작, 리보와 성격 달라 규제ㆍ처벌 어렵다”

선재규 기자= 하루 최대 5조 달러가 움직이는 외환시장의 환율이 이를 관장하는 주요 대형은행의 일부 거래인에 의해 최소한 지난 10년여 동안 조작되고 있었다는 주장이 복수의 관계자에 의해 제기돼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리보(런던은행간 금리) 조작 추문의 충격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터진 것이다.

환율 조작 의혹은 블룸버그가 12일 처음 보도하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자에서 “영국 당국이 조사를 시작했다”고 확인하는 등 속속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이 금융 상품이 아니므로 당국이 기존의 실정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사각지대라는 점도 전문가들이 잇따라 지적했다.

블룸버그와 FT 등에 의하면 조작 의혹은 지난 1994년 도입돼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WM/로이터 환율 시스템에 모이고 있다.

이 환율은 전 세계 160개 통화에 대해 한 시간 단위로 발표된다.

이 가운데 달러와 파운드 및 유로 등 주요 21개 통화는 새 환율이 30분 단위로 더 자주 고시된다.

이 환율은 연기금 등의 펀드매니저와 FTSE 및 MSCI 지수 등 핵심 증시 지표에도 반영되는 등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지대하다.

복수의 소식통에 의하면 환율에 관여하는 대형은행의 일부 거래인은 환율이 정해지는 60초 사이에 매매 주문을 넣는 방법으로 환율을 조작해 이익을 챙겨왔다는 것이다.

발표 시간을 기준으로 60초 전에 거래된 가격의 중앙값이 새로운 환율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60초 사이에 집중적으로 주문하는 방법으로 환율을 조작해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런 식으로 조작되는 환율이 시장 전체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런 작은 거래가 시장 전반의 큰 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이들 소식통은 하루에서도 특히 런던시간 기준 오후 4시가 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왜냐하면, 이 시간에 하루 거래분의 최대 10%가 이뤄지며 펀드매니저도 대부분 이때 은행에 사거나 팔거나 주문을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전한 유로머니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의 지난달 조사에 의하면 세계 외환시장 거래는 4개 은행에 의해 좌지우지돼왔다. 이들 4개 은행이 거래의 50% 이상을 점했다.

조사 당시 기준으로 도이체방크가 15.2%로 가장 컸으며 씨티그룹(14.9%), 바클레이스(10.2%) 및 UBS(10.1%) 순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와 FT 등은 그러나 환율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들 은행이 직접 연계됐는지는 언급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익명을 거듭 강조한 복수의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이런 식의 환율 조작이 최소한 10년간 이어져 왔다”고 귀띔했다.

영국 당국도 환율 조작 의혹 조사에 들어갔음을 확인했다.

크리스 해밀턴 영국금융보호청(FCA) 대변인은 블룸버그에 “이런 주장을 알고 있다”면서 “관련 당사자들과 얘기하고 있다”고 조사에 들어갔음을 사실상 확인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 등 이들 4대 은행이 접촉 대상에 들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처럼 조사가 이뤄지지만, 막상 규제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중론이다.

런던 소재 법률회사 베이커매킨지의 애런 스리바스타바 파트너는 블룸버그에 “이들 거래인을 시장 조작 혐의로 기소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현행법상 환율이 금융 상품으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 투자자도 FT에 같은 견해를 보였다.

그는 “환율과 리보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환율이 리보와는 달리 시장이 훤히 들여다보는 상황에서 모두가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익명의 전직 환 딜러는 FT에 “내 경험으로 볼 때 환율이 결정되기 직전에 조작과 관련한 거래가 이뤄진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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