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안 찾아가면 처벌”…中 ‘노인법’ 논란

”부모, 안 찾아가면 처벌”…中 ‘노인법’ 논란

입력 2013-07-09 00:00
업데이트 2013-07-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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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작가 위화 “中 공산당 우스꽝스러운 법 조항 공표”

나이 든 부모를 자주 찾아뵙지 않는 자식을 처벌하도록 한 중국의 노인권익보장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노인들의 생활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노인권익보장법을 개정,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개정된 노인권익보장법은 60세 이상 부모를 둔 자녀에 대해 부모에게 정신적, 금전적 지원을 해야 함은 물론, 법 제18조 제2항에는 ‘노인과 분가해 사는 가족구성원은 자주 집을 찾아가거나 노인의 안부를 물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제18조 제3항에는 ‘고용사업장은 국가 유관규정에 따라 노인을 봉양하는 사람의 가족방문 휴가권리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된 노인권익보장법을 적용한 중국 법원의 판결도 곧바로 나왔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 베이탕(北塘)구 인민법원은 지난 1일 77세의 추(儲)모씨가 자신을 부양하지 않는 딸과 사위 마(馬)모씨 부부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새 노인권익보장법을 적용해 “”마씨 부부는 적어도 두 달에 한번 추씨를 찾아가야 하며, 단오, 중추절, 국경절 같은 공휴일에도 두 차례 이상 의무적으로 추씨를 방문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마씨 부부가 판결을 따르지 않을 때는 위반 정도에 따라 벌금 부과나 구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인터넷 매체 등에서는 도덕적인 사항인 효를 법으로 규정한 것이 타당한지, 또 실효성이 있는지 등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저명한 작가인 위화(余華ㆍ53)는 8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기고한 글을 통해 “관영 매체들은 마치 중국이 도덕적 전염병을 치유할 수 있는 해법을 갑자기 찾아낸 것처럼 칭찬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하지만 인터넷 비평가들이나 대중 사이에서는 우스광스런 법조항이라는 비판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주가 휴일에도 연장근무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부모를 만나러 고향에 갈 시간을 주지 않는 경우엔 어떻게 하느냐”면서 또 고향을 자주 방문할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거나 거리가 멀어 고향에 방문하려면 장기간의 휴가를 내야 한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의 관영 매체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춘제(春節ㆍ우리나라 설에 해당) 휴가에도 고향에 가지 않고 직장을 지키는 모범적인 농민공들을 칭찬해온 점을 지적하면서 “새 법이 시행됐다고 이런 모범적인 농민공들을 감옥에 보내겠느냐”고 반문했다.

위화는 이어 과거 문화대혁명 당시 효를 말살한 중국 공산당의 행태를 거론하면서 “중국의 공산당이 오늘날 효를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은 효를 억압한 자신의 역사를 무시하고, 윤리적 규범을 어기는 개인의 행동만을 비판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중국의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위화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등을 펴냈다.

한편 운남망(雲南網)에 따르면 새 노인권익보장법 시행 이후 중국에서는 부모를 대신 방문해 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타오바오(淘寶)에서 ‘부모를 대신 방문해 준다’ 말을 검색하면 지난 9일 현재 13건이 검색된다는 것.

가격은 보통 방문 시간당 20∼30위안(약 3천800∼5천600원) 수준이지만, 거리가 먼 곳은 이틀간 방문하는데 3천 위안을 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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