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 안전 확보 노려…시간 두고 최종 망명지 결정할 듯”러시아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대미 관계 악화 우려 목소리도

미국 정보 당국의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하고 러시아로 피신한 뒤 제3국으로의 망명을 모색하던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12일(모스크바 시간) 러시아에 임시 망명을 신청한 것은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미국 당국의 추적을 피해 지난달 23일 홍콩에서 러시아로 날아와 모스크바 국제공항의 환승 구역에 3주 가까이 체류해온 스노든은 미국 정부가 여권을 말소하면서 공항에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게다가 자신이 정치 망명을 신청한 27개국 가운데 대부분이 거부 입장을 밝히거나 난색을 표하면서 궁지에 몰린 처지였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콰라과 등 중남미 3개국이 망명 허용 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에서 이들 나라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것이란 보장도 없었다.

미국은 관련국들에 스노든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강하게 촉구하면서 러시아에도 그의 인도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이같은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우선 러시아로부터 임시 망명지를 제공받아 신변 안전에 대한 위협을 제거한 뒤 숨을 고르면서 장기적 망명지를 모색해 보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선의를 베풀면 모스크바를 영구 망명지로 정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알렉세이 푸슈코프는 한동안 남미 망명을 심각하게 고려하던 스노든이 러시아에서 망명지를 얻으려는 것은 안전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스노든을 태웠을 수 있다는 이유로 오스트리아에서 수색까지 당한 것을 보고 일단은 러시아에 남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스노든에 망명지를 제공하는 데 대해 러시아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푸슈코프 위원장은 그동안 러시아 정부가 스노든이 망명을 신청하면 이를 검토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고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미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망명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러시아로선 망명 신청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원 의장 세르게이 나리슈킨도 스노든은 세계의 수많은 사람을 위해 일하는 인권운동가라며 러시아 정부가 그에게 망명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스노든과 면담한 인권운동가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스노든의 망명지 제공을 호소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러시아가 스노든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당국의 망명 신청서 검토에 2~3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망명 신청서가 연방이민국에 접수되면 대통령 산하 국적 담당 위원회로 보내져 검토되고 여기서 긍정적 결론이 나게 되면 대통령이 서명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망명을 거부하는 최악의 경우 스노든은 러시아 법원에 최종 판결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같은 긍정적 여론과는 달리 스노든 송환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그에 대한 망명지 제공에 조심스런 입장을 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블라디미르 루킨 대통령 인권 담당 특사는 스노든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한 망명 제공 문제를 검토하면서 인권 보호뿐 아니라 국익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대국들의 이해가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며 누구도 이를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가장 바람직한 것은 스노든이 유엔이나 적십자사 등의 국제기구에서 임시 여권을 발급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