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월드, ‘스노든 추가폭로’ 카드로 미국과 딜하나

그린월드, ‘스노든 추가폭로’ 카드로 미국과 딜하나

입력 2013-07-15 00:00
업데이트 2013-07-15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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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도피 중인 중앙정보국(CIA) 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해외 망명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최초 폭로했던 영국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가 ‘추가폭로’ 카드를 구사하고 나서 추이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그린월드 기자가 미국 정부를 향해 ‘추가 폭로를 자제할테니 스노든의 남미 망명을 허용하라’는 일종의 협상용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린월드 기자는 1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 나시온’과의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미국 역사상 어느 누가 준 것보다 더 큰 피해를 한순간에 미국 정부에 끼치기에 충분한 정보를 가졌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노든의 신변에 위협이 없는 한 이 정보가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의 인터뷰는 묘한 시점에 이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은 직후에 성사됐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두 정상 간 통화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스노든의 망명 불허와 미국 송환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스노든이 지난달 23일 홍콩을 떠나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후 두 정상이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공항 내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스노든은 지난 12일 국제적인 인권단체들과의 면담에서 망명을 신청한 남미로 가기 전 러시아를 임시로 망명처로 삼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일 전략경제대화에 참석 중인 중국의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도 스노든이 홍콩으로 피신했을 때 그를 인도하지 않은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스노든의 송환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스노든을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자로 규정하고 반드시 미국으로 데려오겠다는 각오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스노든에 대해 임시 망명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미러 관계에 염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러시아는 아직 올바른 일을 할 기회가 있고 스노든을 미국으로 송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그린월드 기자가 ‘사상 최대의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거론한 것은 일종의 협박 전술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그는 스노든이 확보한 수천 건의 문서 전체가 세계 곳곳의 몇몇 이들에게 전달돼 있어 만약 스노든에게 무신 일이 생기더라도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노든을 데려오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미국 정부에 대해 ‘이미 귀중한 정보는 스노든만의 것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그런가 하면 스노든은 인권단체 면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에게 망명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제시했던, 미국에 해를 끼치는 활동을 해선 안 된다는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어찌 보면 스노든이 하지 못할 얘기를 그린월드 기자가 대신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실제 일부 관측통들은 스노든이 가진 자료 중에 미국 정보기관들이 개인의 온라인 정보에 접근할 때 이용하는 프로그램들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자료라면 세계 각국의 정부나 거대 기업들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실례로 경제난 등으로 인기가 추락한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내정 실패에 쏠린 국민의 시선을 외부로 돌릴 수 있는 소재로 ‘스노든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이 유럽 주요기관을 무차별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된 이후 미국 비난에 앞장서고 있다.

또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시달리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스노든의 폭로를 활용해 국민의 시선을 전환할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린월드 기자는 라 나시온과 인터뷰가 세계 여러 언론에 의해 스노든은 물론 그린월드 자신을 공격하는 한편 ‘정부의 개인정보 감시’라는 본질로부터 시선을 돌리도록 하는데 악용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들의 인터뷰 내용 소개가 자신이 마치 미국 정부를 “협박”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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